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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쏘나타 디 엣지, 스포티니스의 대중화를 이룰 수 있을까?

쏘나타는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이다. 지난 3월, 현대차는 '디 엣지'라는 서브네임을 더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지속적인 판매부진을 겪었던 쏘나타DN8은 한 때 단종이라는 루머까지 나돌았던 바 있다. 그 표면적인 원인은 전세계적인 세단 판매량 위축과 소비 양극화 등의 문제가 지목될 수 있는데, 매스미디어에서는 디자인 성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판매량의 극심한 저하를 일으켰으리라 시사하곤 했다. 그만큼 쏘나타에는 대대적인 폼 팩터의 수정이 있었고, 다시금 대중들의 스포트라이트가 향해질 수 있었다.

현행 쏘나타의 코드네임은 'DN8'로 제8세대 D 세그먼트 세단을 의미한다. 쏘나타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오랜 기간 인지도를 쌓아온 '국민 세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겪었던 냉담한 시장 반응은 쏘나타가 오랜기간 갈고닦은 '국민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반면, 기술 자립과 생산성 혁신, 브랜딩을 추구해온 현대 자동차 그룹의 시장 전략은 성공했다. 즉, 쏘나타의 실패가 현대차의 실패는 아니었다는 것, 그렇게 높은 가격으로 돌아온 현대 쏘나타 디 엣지의 디자인을 분석한다.

전기형 쏘나타 DN8은 이미 디자인 평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적이 있었다. 바로 1.6 가솔린 터보 '센슈어스' 트림에만 제공하던 디자인 패키지를 전사양에 표준화 했던 것이다. 그렇듯 많은 소비자들이 쏘나타 DN8의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꼈던 부분은 프런트 마스크다. 시선을 흡수하는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억지스럽게 오버행을 축소시킨 에어 커튼, 그리고 범퍼와 펜더 사이를 가르는 헤드램프가 썩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평면에 가깝도록 차체 전면을 덮고 있다. 반면 범퍼나 헤드 램프는 날렵함만을 지양하고 있으니 매끄러운 윤곽선이 나올 수가 없었다.

최근의 현대차를 비롯해 다수 브랜드들이 따르는 디자인 지향점이 '로&와이드'다. 최대한 차체 폭이 넓고 낮아 보이게 차량을 설계할수록 전체적인 세련미를 증강시킬 수 있는 법이다. 이는 쏘나타의 폼팩터도 마찬가지다. 엔진을 최대한 뒤로 밀어넣고 전면부 포지셔닝을 낮췄다. 하지만 쏘나타의 DRL 패턴은 차체 양 끝에서 뻗어 나와 보닛 파팅 라인을 감싸고 있다. 굳이 억지스럽게 프런트 마스크를 낮고 넓게 구성했는데, 오히려 DRL은 차폭을 더욱 좁고 높아 보이게 만드는 역설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디자인 요소의 과잉과도 같다.

쏘나타 디 엣지는 전기형 쏘나타에 대한 파격적이고 대대적인 수정이었다. 하지만 되려 보수적이고 정석적인 디자인에 다가서는 사이클처럼 느껴진다. 물론, 과거에는 디 엣지 처럼 거대하고 입체적인 그릴만 사용하면 과감한 디자인이라고 시사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 자체가 기능적인 관점이 아닌 디자인 요소의 일환으로 채택된 이래, 대중적인 차량에도 많은 브랜드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오히려 폼팩터를 건드리지 않고 시각적인 대비를 주는 간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현대자동차의 패밀리룩 요소인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대놓고 '로&와이드'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이 얇고 끊임이 없는 LED 라인을 새겨 넣기 위해 현대자동차는 광학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차체 폭이 넓고 낮아 보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평선을 강조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그 수평선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한다면 금상 첨화가 된다.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이번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디자인의 핵심이다. 어쩌면, 자동차가 낮고 넓은 느낌을 주기 위한 접근에는 명확한 정답이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쏘나타의 변화가 정석적인 디자인에 다가선 단계라고 느끼는 것이다.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는 명백하게 넓고 낮은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의 완성도가 눈에 띈다. 호라이즌 LED 라인의 베젤과 보닛, 펜더의 파팅라인을 일렬로 연결하여 시각적인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보닛의 볼륨 라인이 LED 라인을 넘어서 범퍼 끝단까지 강조되는 형상도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이외에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 인테이크가 전면 디자인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메인 헤드 램프도 자연스럽게 숨겨두었을 정도로 그릴 면적을 과시했다. 보통 그릴을 강조하는 디자인은 스포츠카에서 사용되어 왔다. 로&와이드 디자인이 스포티한 감각을 담아낼 수 있듯 디자인의 지향점은 일치한다. 이렇듯 디자인의 초점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전기형 DN8의 디자인 완성도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고 싶다. 앞서 그릴 면적을 늘리는 건 일반적인 디자인의 선택이라고 언급했는데, 소비자들이 과감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국민차'가 이토록 스포티한 디자인 정체성을 추구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었을 것이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쏘나타가 심미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을 매혹시키진 못했다. 판매부진의 원인이 디자인이라고 명시할 수는 없지만, 많은 소비자들을 설득하지 못한건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공학적으로는 분명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였다는 사견이다. 신규 플랫폼 설계와 엔진의 후방화, 가니시 히든 램프나 각종 복잡한 형태의 프레스 가공품 등 실험적인 부분들이 전부 실체화되었다. 일례로 DN8의 차체 비율은 마치 후륜구동 승용차처럼 역동적이다. 전륜구동 자동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앞 차축 앞에 배치되어야 한다. 대중형 세단, 쏘나타는 그런 제약을 떠안고 있다.

대부분의 마이너 체인지가 그렇듯 디자인 요소의 수정은 가능하더라도 전체적인 프로파일은 변경시키지는 못한다. 디 엣지도 측면은 이전 모델의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그대로 답습했다. 하지만 상당히 자연스럽다. 전방부로 갈수록 낮아지면서 길이를 강조하는 보닛, 마치 쿠페 스타일로 매끄럽게 떨어지는 C 필러, 역동성을 강조하는 포물선 형태의 라인들,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까지 디엣지를 위한 폼팩터였다고 칭해도 논란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여기에 범퍼 하단부의 두터운 에어댐과 프런트 펜더에 부착된 에어벤트 형상의 액세서리가 스탠스를 더해준다. 사실 디자인 요소들을 너무 과다하게 첨가하는 건 반대 입장이지만, 쏘나타 디 엣지는 전면부부터가 맹목적인 '스포티'를 지향했기 때문에 큰 반항심이 생기지 않는다. 최소한 전기형처럼 억지스럽게 꾸며낸 액세서리가 아니다. 펜더에 있는 액세서리만 보아도 DRL 라인, 그리고 캐릭터 라인과 일치하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뒷모습도 시선을 이끄는 디자인 요소들이 많다. 그중 가장 상징적인 부분은 역시 패밀리룩을 구성하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다. 마치 현대의 'H' 이니셜을 형상화하는 듯하다. 사실 이전 모델도 일자 형태의 테일램프를 채택한 바 있는데, 그래픽의 두께를 더욱 두껍게 다듬으며 더욱 수평성을 확립하는 분위기가 생긴다. 또한 파라메트릭 픽셀 형태의 LED 그래픽을 활용해 하이테크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엠블럼과 레터링은 별도로 부착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디자인 요소들이 다양한 건 사실이다. 테일램프 커버는 트렁크 리드 상단부 엣지라인 전체를 감싸고 있고, 그 위에는 또 에어로 핀이라 하는 공력성능 개선을 위한 물방울 형상이 놓여있다. 범퍼의 양 끝부분에는 패널을 돌출시켜 리어 펜더를 강조했고, 공격적인 형태의 디퓨져까지 계속 언급해온 맹목적인 '스포티함'을 보여준다.

이번 8세대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는 N-라인 모델도 함께 공개되었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다. 이미 스포티한 자동차를 더욱 스포티하게 변화시켜야 했다. 폼팩터의 구체적인 변화가 느껴지진 않는다. 자세히 보면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와 라디에이터 부근을 검은색 가니시 몰딩으로 덧붙였다. 이는 시각적으로 보이기에 차체의 개구부가 더욱 넓게 느껴지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에어 인테이크 하단부의 형태를 간결하게 마감하여 아이코닉 한 인상을 강화한다. 이외 DLO 크롬 딜리트나 블랙 사이드미러, 듀얼 트윈 머플러 등이 쏘나타 N 라인의 차별점이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가볍게 살펴본다. 딱 예상가는 수준의 변화다. 매립형 클러스터를 배제한 채 와이드 스크린을 적용했다. 에어벤트를 심리스하게 연결하여 마치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활용했다. 특이한 점은 대시보드가 선반형으로 변경되었다는 점이다. 무늬목 패턴으로 쾌적한 실내 분위기와 함께 뛰어난 개방감을 제공할 듯하다. 양측 도어 패널을 장식하는 알루미늄 소재의 몰딩에는 엠비언트 라이트가 내장되었다.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SBW 버튼식 변속기가 칼럼식으로 변경되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센터콘솔은 더욱 깔끔한 형태를 갖추었고, 운전자의 사용성도 센터콘솔보다는 스티어링 휠 뒤편에 있는 게 한결 낫다고 본다. 기존 변속기의 위치는 암레스트가 자리 잡았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행보가 그렇듯 스티어링 휠의 엠블럼은 생략되었다. 나름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도 빠져있을 정도니 쏘나타는 당연한 수순이다.

쏘나타DN8 전기형의 디자인 언어가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라고 했다. 그 '스포티'라는 언어를 전달하는 경로가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훨씬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변화했다. 앞서 차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을 '과감하다'라고 생각하는 건 '국민차'에 빗댄 표현일지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7번의 세대교체, 그리고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로 탄생한 쏘나타는 상당히 날렵하고 공격적인 디자인이다. 그렇다고 '국민차'라는 표현에 투영되어 있는 대중성이 반감된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어쩌면 트렌드를 있는 '그대로' 따르는 디자인이 가장 대중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매스 브랜드의 중형 세단 타게팅이 점차 젊은 세대로 내려오고 있다. 상급 모델인 그랜저와 아래 아반떼, 그리고 계속해서 자동차의 소유 연령대가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하다. 쏘나타가 국민차의 반열에서 이탈한 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고, 앞으로는 더 적은 고객의 품질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게 옳다. 어차피 내연기관 중형 세단의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번 쏘나타 '디 엣지'는 기술적인 날카로움과 시각적인 날카로움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 이제는 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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