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카니발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기아의 최신 디자인 언어로 내세우는 '오퍼짓 유나이티드' 를 적용했고, 익스테리어 사양으로 '그래비티' 트림을 신설한다. 전용 그릴 디자인과 색상, 사이드 스텝 등 차별화가 더해진다. 편의 장비로는 에르고 모션 시트나 CCNC 인포테인먼트, UV-C 살균이 가능한 콘솔박스 등 고급 옵션이 추가된다. 또한 댐퍼를 새롭게 세팅하고, 흡음재를 보강하여 기본적인 승차감을 개선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숙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은 '1.6T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적용될 예정이라 소비자들의 기대심을 자극했다.
카니발은 국내 시장에서 적절한 대안이 없는 차종이다. 1980년대 북미를 중심으로 활성화되었던 '미니밴' 장르를 벤치마킹했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탁월한 거주성을 제시하며 단번에 인기를 누리게 된다. 지금도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소비자들부터 관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법인 차량까지도 카니발의 활용도는 우수하다. 때문에 카니발은 큰 디자인의 변경이 없더라도 꾸준한 수요를 이끌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 대한 대응의 목적도 있고, 기아의 급속 성장을 이끌었던 RV 포트폴리오에 있어 디자인적인 통일을 추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카니발 페이스리프트의 디자인을 분석한다.
우선 제4세대 카니발 KA4의 디자인을 돌아본다. 당시 기아는 '직선의 단순화' 철학에서 기인했던 직선 위주의 디자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지금도 동일하나, 표현 기법이 달랐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수평 형태의 헤드램프와 캐릭터 라인, 이렇다 할 특징은 없어도 안정적이고 정제된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아울러 타이거 노즈 그릴을 채택함으로써 기아의 패밀리룩을 담는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패턴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는데, 기아에서는 웅장한 악단을 묘사했다고 하여 'SYMPHONIC ARCHITECTURE'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서론에서 강조했듯 카니발은 어차피 잘 팔릴 차종이다.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시장에 한정적인 설명이기도 하나, 미니밴이라는 장르는 심미성보다 실용성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4세대 카니발의 디자인에서 감명을 느낀 부분은 디테일이었다. 겉보기에 화려한 디자인을 지향하지는 않더라도 앞서 언급한 악단 형상의 그릴이나 크롬 몰딩, 슬라이딩 도어를 연결하는 캐릭터 라인, C 필러의 알루미늄 가니시 등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역력했다. 전체적인 비율도 이전 세대에 비해서는 세련미가 느껴졌다. 이전 세대는 물론, 여타 미니밴 대비 고급스럽다는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카니발 페이스리프트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 중에서도 '현대적인 대담함'을 속성으로 삼았다고 한다. 전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 'EV9'과 유사한 속성을 공유한다. EV9은 마치 커다란 바위처럼 단단하고 듬직한 디자인의 언어를 전달하고자 했는데, 크기로만 따지면 카니발이 더욱 큰 차체 크기를 지니기도 했다. 여기서 '단단함'이란 직선과 넓은 면을 강조한 디자인에서 느껴보게 된다. 더욱이 카니발에 어울리는 디자인 속성이라는 것이다. 특히 카니발은 넓은 면과 직선, 여러 디자인 요소들의 혼합보다는 전체적인 일체감을 지향하는 외모였다.
하나, 디자인 변화의 폭은 상당히 크다. 전면 디자인을 중심으로 레이아웃이 완전히 달리한다. 가로형의 헤드 램프가 세로형으로 변화한 것이다. 역시 기아의 차세대 패밀리룩을 따르기 위함이다. EV9과 쏘렌토, 심지어는 레이까지도 유사한 세로 형태의 헤드램프를 채택하고 있다. 패밀리룩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스타 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하기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서론에서도 밝혔지만 카니발 페이스리프트는 단일 차종의 판매 촉진보다도, 전체적인 '브랜딩'을 위한 목적성이 뚜렷하다. 와중에도 많은 판매량을 차지하는 카니발인데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룩을 하루빨리 적용하고자 했을 것이다.
세로형의 헤드램프 디자인은 차체가 높아 보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앞서 설명했던 디자인의 '대담함'을 묘사하기에 유리하다. 스타 맵 시그니처 라이팅은 'ㄱ'자 형태로 그릴을 파고든다. 기아는 극적인 대비를 통해 차량이 더욱 커 보이고 웅장해 보이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길 원한다. 때문에 DRL 형상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길고 복잡하게 뻗어 나와 있다. 다행히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페이스리프트 이전부터 타이거 노즈 그릴 특유의 프레임을 적용했고, 동일한 윤곽을 따라 DRL 라인을 심었을 뿐이다.
헤드램프가 변경되면서 자연스레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격 거리도 형성된다. 밑면 길이를 연장하여 폭이 강조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DRL로 양 끝단이 강조되는 헤드램프의 배치는 전폭이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비교적 범퍼의 디자인은 밋밋한 편이다. 사진상으로는 프런트 오버행이 이전 세대에 비해 짧고 경사각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미니밴보다는 접근각을 고려한 SUV의 감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범퍼 하단을 감싸는 은색 에이프런이 더욱이 SUV의 강인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만 실제 범퍼 하단부는 플라스틱 가니시로 마감되어 있다. 즉, 의도적인 눈속임일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측면 디자인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그나마 헤드램프와 테일램프가 변경되며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겠다. 아울러 측면에서도 강조되는 세로 형태의 DRL은 인상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떨어진 헤드램프 덕분에 노즈가 더욱 길어 보이기도 한다. 한편, 4스포크 타입의 휠 디자인이 상당히 독특하다. 최근 기아는 비대칭 엠블럼 배치부터 독특한 형태의 휠 디자인을 도전하고 있는데, 카니발의 변화에서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는 요소 중 한 가지다.
바탕이 되는 4세대 카니발의 측면 디자인은 이미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했다. 전술했던 내용처럼 헤드램프와 프런트 펜더, 그리고 보닛을 가르는 분할선이 자연스레 캐릭터라인으로 연결된다. 이 수평형의 캐릭터 라인은 보다 정제된 프로필을 연출하는 효과가 있고, 또 측면 디자인의 결점이었던 슬라이딩 도어의 홈까지도 디자인처럼 흡수했다.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나 검은 색상의 A 필러, 그리고 랩 어라운드 스타일의 D필러 창과 C필러 가니시까지 매끄러운 디자인을 추구하기 위한 디테일이 스며들어 있다.
의외로 후면 디자인도 기존 모델과 차이점이 많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테일램프일 것이다. 일직선으로 자리 잡은 테일램프 윤곽은 기존과 동일한데, 양측에 세로 형태의 그래픽이 추가되었다. 새로운 테일램프는 턴 시그널을 통합한다. 'ㄱ'자 형태의 LED 라인은 전면 디자인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과 통일감을 부여하면서도, 차체의 밋밋함을 덜어준다. 기존에는 엠블럼이 테일램프의 중심에 있었는데, 해치게이트로 내려와 부착되어 있다. 테일램프의 자연스러운 연출과 리어패널의 공백을 채우고자 했던 목적이 아닐까 싶다.
범퍼와 해치게이트의 디자인도 전체적으로 변경되었다. 테일게이트의 경우 레이아웃까지 변경된 모습이다. 원래는 넘버플레이트가 테일램프 하단, 다시 말해 테일게이트의 상단부에 배치되어 있었다. 번호판 조명과 트렁크 손잡이를 상단부에 배치하면서 디자인은 더욱 깔끔하다. 그리고 리어 패널의 상단부의 볼륨을 양각으로 강조하면서 전반적인 부피감도 살아난다. 범퍼의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플라스틱 패널이 적용되는데, 크롬 가니시의 형상이 입체적으로 다듬어졌다.
실내 디자인도 개선되었다. 디지털 클러스터의 경우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고, 기아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가 적용된다. 현세대 자동차 산업의 실내 디자인은 UI 그래픽의 개선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에어벤트와 앰비언트 라인을 수평 형태로 자연스럽게 배치했고, 역시 타 기아 모델과 동일한 전환식 조작계를 배치했다. 때문에 센터페시아는 간소화되고, 센터 콘솔과 분리된다. 센터 콘솔의 경우 배치 자체는 이전 모델과 유사하지만 윤곽선을 크롬라인으로 감싸면서 고급감이 나아졌다.
결론적으로 특별한 변화나 도전이 담겨있지는 않다. 카니발 이후 기아 라인업에 적용되었던 신규 인터페이스와 편의장비를 보강했다. 너무 넓은 면적으로 적용되어 관리에 불편함이 있었던 센터패시아의 블랙 하이그로시 어퍼커버가 사라진 점은 마음에 든다.
전반적으로 이전 카니발 대비 커다랗고 듬직한 이미지가 잘 반영되어 있다. 언급한 내용처럼 캐릭터 라인과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의 자연스러운 연결은 페이스리프트라 하기엔 신차 개발 단계부터 고려된 사항처럼 느껴진다. 지금껏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 하면 어느 정도의 어색함 내지는 불완전함이 엿보이는 게 다반이었다. 그 원인이 실제 디자인 역량의 부족일 수도, 혹은 머릿속에 기억되는 이전 모델의 잔상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카니발 페이스리프트는 다르다. 풀체인지처럼 새롭고 말끔하다.
제4세대 카니발은 미니밴보다도 대형 SUV 같다는 소비자들의 디자인 평이 전해지고는 했다. 공감했다. 개인적으로 카니발의 세일즈 포인트 중 한 가지는 SUV를 지향하는 외모라 생각했다. 보통 MPV 성격의 미니밴은 '짐차' 같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국내 시장에서 왜건이 전멸한 이유도 같다. 사용성 측면에서 미니밴이 훨씬 유리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멋을 중시 여기는 소비자가 많다. 이번 카니발의 페이스리프트는 기아의 SUV 라인업에 선행되었던 패밀리룩에 통합되는 과정이었다. 카니발의 매력이라고 느꼈던 SUV의 분위기는 더욱 강렬해졌지만 실용성은 결코 저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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