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XC90이 두 번째 부분변경을 거쳤습니다. 볼보는 광범위한 기술과 디자인 업데이트로 최고를 더 좋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도로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 중 하나로 불리며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XC90의 페페리,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외관은 디테일만 바꾼 정도랄까요. 특히 앞모습이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선들로 채워진 그릴을 중심으로 또렷해진 헤드라이트와 그 아래 수직 형태로 자리 잡은 에어 인테이크는 브랜드만의 개성을 더욱 강조합니다. 바로 간결함. 조금 미루어지긴 했지만 전동화 전환에 맞춰져 있는 시선은 여전히 변함없고 그에 걸맞은 디자인 요소라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이번 변화에서 두드러지는 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더 커진 스크린에서 더 높은 해상도로 구현되는 새로운 앱과 기능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한다는데요. 일단 중앙에 위치한 스크린이 11.2인치로 커졌고 픽셀 밀도가 21% 증가해 더 선명해졌습니다.
홈 화면에서 지도를 비롯한 미디어, 전화 등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접근이 간편해진 건 브랜드의 최신 전기차와 동일합니다. 이를테면 구글 맵을 통해 길 안내를 받고 있을 때 재생 중인 음악을 바꾸기 위해 구글 맵을 나갈 필요 없다는 겁니다. 최근에 사용한 앱을 표시하는 컨텍스추얼 바(Contextual bar)도 있습니다. 낮은 속도로 운전하는 경우에는 화면에 외부 카메라 아이콘이 나타나는데 이걸 누르면 좁은 공간에서의 주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네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기 파워트레인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홈 화면에서 ‘드라이브 모드’를 지나 ‘Pure’ 모드를 누르면 된다고.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볼보의 지향점이라네요. 안과 밖 그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간다는 게 볼보의 계획인데, 신차뿐만 아니라 예전 모델들도 포함됩니다. XC90, EX90이나 3년이 지난 XC40 모두 대상이라는 거죠. 볼보는 2025년까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2020년에 만들어진 제품들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완료해 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할 계획입니다.
에릭 세베린슨 볼보 자동차 최고 제품 전략 책임자(Chief Product and Strategy Officer)는 "차세대 사용자 경험은 인간 중심의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여정에서 중요한 단계"라며,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새롭고 향상된 기능을 통해 고객의 요구에 맞게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원활하게 조정해 더 좋은 차와 경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래그십답게
개선된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장착되는 신형 XC90. 각 댐퍼는 주행 중인 도로 상황에 기계적으로 반응해 안정감과 편안함을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 열일한다네요. 에어 서스펜션은 옵션. 자동차와 도로 그리고 운전자를 1초에 500회 모니터링하는 액티브 섀시와 함께 작동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높이 조절도 가능해서 20mm 낮추거나 40mm 올릴 수 있다고. 볼보는 상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특정 부분에 방음용 자재(Insulation)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실내로 유입되는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얼마나 감소될는지.
실내 구성도 바뀌긴 했습니다. 볼보는 한층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설계된 ‘컨템포러리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으로 표현하더군요. 세련되면서 고급스럽다는걸까요? 아무튼 이전과 다른 것을 꼽아보자면 이렇습니다. 수평적인 대시보드, 질감이 느껴지는 생생한 마감을 위해 사용된 프리미엄 재활용 소재, 수직 형태의 에어 벤트, 강화된 일루미네이션 정도.
사용자의 피드백에 반응해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컵 홀더를 비롯해 센터 콘솔에 추가된 저장 공간과 센터 터널 뒤에 위치한 무선 충전 시스템.
파워트레인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두 있습니다. 볼보에 따르면 마일드 하이브리드 B5와 B6는 48 볼트 리튬이온배터리와 통합된 스타터/발전기의 도움을 받아 실제 주행에서 연료 소비를 최대 15%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는 WLTP 테스트 사이클에서 1회 충전으로 70km 이상을 전기로만 달렸다고 합니다.
신형 XC90의 생산은 2024년 말에 시작될 예정이며 유럽에서 고객 인도는 연말쯤 시작될 예정입니다. 국내 출시 일정과 가격은 아직 전해진 바가 없습니다.
포기는 아니지만
이달 초 볼보는 2030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판매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대신 판매량의 90% 이상을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채우겠다는 건데요. 볼보는 전기차 관련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에선 구매 보조금이 철회되고 있으며 전기차 관세로 인해 불확실성도 증대되고 있다며 기존 계획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짐 로완 볼보 자동차 최고 경영자는 전기차가 미래라는 믿음에 변함은 없지만 전동화 과정은 선형적이지 않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동적인 시장 상황에서 실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미래 가치 창출에도 집중하겠다는 거죠.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간의 균형을 통해서요.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된 지금, 볼보에게도 하이브리드는 전동화라는 장기적인 목표와 현재의 수익 창출을 잇는 가교인가 봅니다.
EX90 출시로 5개의 순수 전기차(EX40, EC40, EX30, EM90, EX90) 라인업이 풍성해졌지만 두 번째 부분변경을 거친 XC90이 짊어질 무게는 전보다 더 버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Volvo Cars Global Media News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