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자동차 코리아가 주최한 국내 첫번째 트랙 시승행사에 참석했다. 영국 로터스는 F1 모터스포츠를 시작으로 역사를 쌓아온 로터스는 올해가 76년의 해였다. 알다시피 로터스는 경량 스포츠카 사업 군에서 독보적인 입지와 이미지를 각인해왔다. 하지만 미래 세대에서는 스포츠 아이덴티티를 답습한 전기 하이퍼카 브랜드로 혁신을 실행하는 과정이다. 특히 럭셔리카 판매 비중이 상당히 높은 대한민국에서, 로터스는 극한의 주행 퍼포먼스와 고급스러움이 양립하는 독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구체적인 미래전략을 실현하는 로터스의 행보는 진취적이다. 앞으로의 80년을 준비하며, 주행 퍼포먼스뿐 아니라 라이다를 비롯 ADAS 장비나 OTA기반 인포테인먼트까지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하이퍼카를 공개하는 중에 있다. 2023년 코오롱 모빌리티 그룹이 독점 판매권을 따냈고, 그 이후 국내에서 꾸준히 신차 출시 행사를 가져왔다. 그리고 올해 정식 출고가 진행됨과 동시에 첫 번째 트랙 시승행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모터스포츠 분야에 일가견이 깊은 로터스 브랜드인 만큼, 단순한 신차 공개 및 시승 행사보다도 차량의 한계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트랙 행사가 대목이다.
시사점은 분명하다. '2도어 미드십 경량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하던 제조사가 '4도어 전기 하이퍼 카' 브랜드로 변모했다. 이번 전기차로의 세대교체와 동시에 어떠한 방식으로 고유의 감성을 유지하며, 소비자들을 설득하고자 하는지가 관건이다. 꾸준히 브랜드의 헤리티지로 모터스포츠 역량, 특히 코너링 성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스포츠카 브랜드에게 중요한 건 재미이자 '감성'일 터이다. 로터스가 정통파 스포츠카 제조사에서 본격적인 양산 브랜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 달리는 차가 아니라 '갖고 싶은 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국내 최초 트랙 시승 행사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되었다. 총 길이 4.346km로 반복되는 역 뱅크 구간이 특징이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로터스의 양산차량 라인업이 전시되어 있다. 2도어 경량 스포츠카 에미라, 하이퍼 GT 에메야, 그리고 하이퍼 SUV 엘레트라다. 에미라는 내달 정식 출시되었던 완전한 신차다. 그렇게 로터스는 아이코닉 모델부터 세단과 SUV에 걸친 럭셔리 클래스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바 있다. 이번 시승 행사에는 하이퍼 전기 모델 2종과 정통파 스포츠카 에미라의 택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행사는 로터스 코리아 PR 총괄 권오상 매니저의 인사말로 시작된다. 그리고 최초 트랙 시승 행사인 만큼 로터스 자동차의 아시아 태평양, 그리고 중동 및 북아프리카 마케팅을 총괄하는 '람지 아탓'이 직접 상품 설명을 진행하였다. 로터스의 새로운 창세기를 알렸던 미드십 슈퍼카 '에바이야'를 시작으로, 이미 여러 번 소개한 바 있는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 '에미라', 하이퍼 SUV '엘레트라' 그리고 하이퍼 GT '에메야'를 설명한다. R 모델 기준 918마력의 강력한 출력, 그리고 람지 아탓은 한국 시장에서의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강조했다.
국내 출시 차량 3종에 대한 PR을 마치고 곧바로 인스트럭터 소개가 이어진다. 로터스의 슬로건 '운전자를 위한'을 담아낸 하이퍼카들의 주행성, 그에 대한 경험담을 말하는 레이서들의 소감에 더욱 차량에 대한 흥미가 돋아나는 시점이었다. 특히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특징이라 볼 수 있는 역뱅크 구간에서 엘레트라의 끈끈한 접지력을 강조했다. 시승 차량은 에미라 택시 2대, 에메야 3대, 그리고 엘레트라 4대로 구성되었고 곧바로 엘레트라의 고성능 트림 'R'을 시승하게 되었다. 트랙에서 마주하는 로터스는 더욱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다.
엘레트라, 하이퍼 SUV를 지향하면서도 '럭셔리'라는 이중성을 담았다. 디자인은 그 어떤 SUV보다도 대범해 보이지만, 실내 공간 자체는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전기차라 가능하다. 내연기관처럼 억지로 엔진을 들이밀고, 작은 부피에 고출력 구동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다. 넓은 휠베이스와 센터터널이 없는 실내, 그 내부는 온갖 디지털 장비와 고급스러운 시트로 꾸며져 있다. 단, 스티어링 휠을 파지하는 순간 느껴지는 감각이 다르다. 알칸타라 특유의 느낌에서 긴장감이 자극되고,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시트 볼스터가 타이트해진다.
전기차다 보니 초반 가속감은 고요하다. 대신 2.5톤의 공차 중량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듀얼 모터의 합산 최고출력이 918HP, 최대토크가 100.4Kg.M에 달하기에 가능하다. 제로백 2.95초, 리본타입 클러스터의 디지털 계기판을 바라보는 느낌은 공상적이다. 엑셀을 보다 깊게 밟고 출력을 전개하면 즉답적인 발진감이 느껴진다. 속력은 가파르게 상승하나 체감 가는 움직임은 평온하다. 차체 방음 설비가 훌륭한 이유도 있지만, 대략 100토크의 힘을 뿜어내는 순간에도 노즈가 들뜨는 불안감이 거의 없었다. 섀시는 적극적으로 차체 흔들림을 억제한다.
에어 서스펜션을 채택하고 있다. 다이내믹 핸들링 팩이 적용되면서, 후륜 조향과 인텔리전트 안티 롤 컨트롤이 개입한다. 코너링이 상당히 안정적이다. 중량을 생각하면 가히 놀랍다. 그저 시트 포지션이 높은 스포츠 세단을 움직이는 기분이다. 리어 휠 스티어링으로 조율한 즉답적인 추종성으로, 코너는 더욱 예리하게 주파할 수 있다. 오버 페이스로 코너를 진입해도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휠 슬립을 최대한 예방해 준다. 그러면서도 속도계에 표기되는 수치가 일반적인 스포츠 SUV의 영역을 가볍게 상회하는 모습이다.
특히 인스트럭터가 강조했던 역 뱅크 구간에서 롤에 대한 확고한 저항성을 느껴볼 수 있었다. 정확히 의도하는 방향으로 차체는 흔들림 없이 운전자의 반응을 따른다. 어쩌면 너무 완벽한 제어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순수한 기계미 자체는 떨어질 수 있었다. 아무렴 주행 중에 한계를 느껴보지 못했다. 극한의 성능을 지향하는 하이퍼 SUV인 만큼 의도적인 '재미'보다는 오직 '성능'에 치중한 SUV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한 회생제동은 브레이크 컨디션을 유지해 주기도 하며, 전기모터는 응답성이 둔화되지 않는다. 정말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그런 생각은 에미라 택시 프로그램에 탑승하며 더욱 확고해졌다. 에미라는 로터스의 정통파 스포츠 카에 해당된다. 조금이나마 옵션과 공간이 편안해지긴 했지만, 내연기관의 낭만이 그대로 남아있다. V6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 399HP, 42.8 Kg.m 수준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자동 변속기를 탑재한 공차중량은 1.5톤 남짓하다. 뒤통수 너머로 들려오는 미드십 엔진의 카랑카랑한 사운드와 노면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탄탄한 승차감이 감성을 자극한다. 정말 경쾌하면서도 고회전 엔진의 필링이 느껴지는 출력 전개가 자극적인 즐거움이다.
특히나 인스트럭터가 직접 운전해 주는 경량 스포츠카는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하며 오버스티어로 코너를 탈출하고, 곧바로 전해지는 폭발적인 가속감이 전율을 남긴다. 경량 차체를 소구점으로 하지만 차체 강성은 묵직했다. 그런 자유로운 움직임과 피드백으로 하여금 운전을 즐기는 드라이버에겐 최고의 장난감이 되어주는 셈이다. 정통파 로터스 특유의 불편한 승하차 감각까지 그저 흥미롭기만 하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았어도 그간 로터스의 지지층이 탄탄했던 이유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마지막 시승 차량은 하이퍼 GT '에메야'였다. 리본 타입 클러스터와 15인치 디스플레이 등 실내 구성은 엘레트라와 거의 동일하다. 차이점이라면 대시보드가 조금 더 낮게 깔려있는 느낌, 당연히 시트 포지션도 낮아진다. 시승 행사에 준비된 차량은 에메야 S 트림으로 역시 에어 서스펜션과 함께, 전후륜 합산 630Hp 수준의 최대 출력을 발휘한다. 제로백은 대략 4.1초, 세단이지만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지상고는 더욱 낮아진다. 마찬가지로 시트가 허리를 탄탄하게 지지해 주고 발진감은 엘레트라와 유사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역시 담담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저 속도 표기만 가파르게 상승할 뿐이며, 차량보다는 주변 환경이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시야가 노면과 가까운 만큼 더욱 과감한 주행이 가능하다. 코너에서는 역시 안정적인 차체 거동을 보이고, 자칫 과한 속력으로 진입해도 회생제동 덕분에 페이스를 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 헤어핀 구간에서 타이어의 비명소리가 들려오지만 차체는 무심하게 반응한다. 하이퍼 GT라는 표현, 결코 어색하지 않다. 운전자 교대로 뒷좌석에도 앉아보았을 때 고강성 차체와 안정적인 움직임은 더욱 확고했다.
에메야와 엘레트라, 그리고 에미라를 관통하는 엔지니어링 철학은 '공기역학'이다. 시승 차량은 모두 액티브 에어로 팩이 적용되어 있었고, 안정적인 섀시 컨트롤을 위해 고속에서 전개된다. 그 비주얼이 상당히 멋스럽기도 하지만, 저속에서는 항력을 낮추고 고속에서는 다운 포스로 접지력을 향상시킨다. 본래의 디자인부터가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결국 물리적인 법칙을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렴 전기 차다. 낮은 공기저항은 항속거리 개선에 있어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제시할 수 있다.
실제 로터스의 전기차 라인업은 모두 항속거리 400Km 이상을 가볍게 상회하는 여유로운 사용성을 지니고 있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특히 에메야는 80%까지 14분이라는 양산차량 중 최고 수준의 최단 충전 시간을 기록한 바 있다. 럭셔리 카 시장을 타게팅 한다는 관점에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하이퍼카다. 한계를 모르는 주행 성능, 특히 능동적으로 안정성을 컨트롤하는 정교한 움직임이 독보적이다. 내연기관 기반의 스포츠 GT 카들과는 다른 차원의 감성일 수 있겠다.
로터스 자동차 코리아의 국내 최초 트랙 시승행사에 참석했다. 전시장이 아닌 도로에서 마주하는 로터스의 스타일링은 더욱이 공상적이다. EP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로터스는 기본적으로 고급스럽고 안락한 승차감과 편의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행 모드를 변경하는 순간 한계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그 '전기 하이퍼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경험해 보는 기회였다. 결론은 갖고 싶은 자동차가 맞다. 내연기관의 낭만도 좋지만, 인간의 모든 탐욕을 담기에는 전기 플랫폼이 보다 적합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