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코리아가 모델Y의 페이스리프트 '주니퍼' 정식 디자인을 공개했다. 지난해 테슬라 코리아는 수입차 판매량 3위에 이름을 올렸고, 모델 Y 단일 차종으로만 4순위 브랜드 볼보의 전체 판매량을 넘긴 바 있다. 수입 차종으로는 E클래스와 5시리즈의 뒤를 이었고, 단일 등급으로는 1위를 기록한다. 모델 3 하이랜드의 출시와 선전으로 국내 판매량은 80% 이상 폭증했다. 테슬라의 2024 글로벌 판매량은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반면, 국내 시장의 관심도는 뜨겁다. 그 와중에도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진행된 테슬라 모델 Y 주니퍼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델 Y는 2020년 생산을 시작한 테슬라의 중형 전기 크로스오버다. 앞서 양산형 전기차 시장을 개척했던 모델 3와 70% 이상의 부품을 공유해, SUV 바디타입으로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을 더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생산성을 미리 확보해둔 셈, 글로벌 시장의 SUV 인기와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2023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한다. 테슬라 모델Y의 월등한 성능에는 공기역학과 공정 간소화에 최적화된 디자인 또한 기여한 바가 크다. 2025년 부로 새로운 디자인을 갖게 된 모델 Y 주니퍼의 디자인을 분석해 본다.
초대 테슬라 모델Y의 디자인을 먼저 짚어본다. 모델Y의 디자인은 역시 모델 3를 바탕으로 했다. 테슬라가 초기 시장을 개척했을 당시만 해도 전기차에 대한 생소함이 강했다. 그런 생소함은 섀시 설계나 주행성 같은 요소도 있지만, 단지 겉으로 보이는 외관상의 차이가 가장 명확히 와닿는다. 일단 라디에이터 그릴이 생략된다는 점, 그리고 엔진이 생략되다 보니 후드 높이가 휠 하우스보다 낮아질 수 있다. 휠베이스가 길게 확장되는 반면 A필러의 위치는 자유로워진다. 그런 형상적인 차이부터가 테슬라의 미래지향성을 각인해 왔다.
실제로 모델Y의 디자인 요소를 조목조목 따져보면 그렇게 독특한 부분이 눈에 띄진 않는다. 멋보다 기능을 따르는 셈이다. 차체 형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헤드램프는 공기역학적인 면모를 강화하며, 급격히 하강하는 C필러 디자인도 비율적인 완성도보단 항속거리 개선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이나 에어로 디자인 휠도 마찬가지, 그 생소함으로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남기나 본질적으로는 기능을 따랐다. 그렇듯 의도적인 멋보다는 실용과 혁신성의 적절한 타협을 이루는 모습이 모델Y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새롭게 공개된 모델Y 주니퍼의 디자인은 더욱 날카롭고 직선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일단은 테슬라 모델3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하이랜드'와 스타일링의 궤를 달리했다. 하이랜드도 직선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긴 했지만, 여전히 차체 상단에 올라온 헤드램프와 밋밋한 범퍼가 특징이었다. 반면 모델Y는 포지셔닝 램프를 보닛 아랫부분으로 최대한 낮게 배치했고, 이를 하나의 형태로 연결했다. 데이라이트의 디자인은 곧바로 연상되는 차종이 있다. 바로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이다.
사이버트럭은 기하학적인 차체 형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은 심미적인 우수성이 아니라, 차체 강성은 최대화하고 공정 과정은 최소화하는 생산 기법에 의해 '탄생된 형태'라고 보는 게 맞다. 그중에서도 사이버트럭의 캐릭터와 같은 DRL 형상만을 따온 셈이다. 사실 모델 Y 주니퍼 공개 이전에도 테슬라의 로보 택시 '사이버캡'이 비슷한 디자인 요소를 보여준 바 있다. 이 추세라면 MPV나 RV 형태의 신규 모델들은 사이버 트럭의 캐릭터를 따르고, 세단 라인업과 이원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프런트 마스크가 낮게 포지션 되면서 전체적인 실루엣이 사뭇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날카롭고 얇게 가공되어 있는 포지셔닝 램프는 보닛에 덮여있는 형상이다. 헤드램프는 분리하여 기존 안개등과 통합한 것으로 보인다. DRL을 직선 형태로 연결하면서 노즈콘 형상도 함께 변경되었다. 기존 모델Y 특유의 곡선미가 느껴지는 음영이 사라졌다. 여전히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생략했고, 하단부에 작은 에어덕트를 뚫는다. 그리고 양측 전조등 모듈의 위치를 조정하면서 에어커튼 면적도 넓혔다. 이를 통한 차이점은 차량의 양 끝으로 '전폭'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차량이 더욱 낮고 넓어 보이게 만든다.
기존 모델Y의 궤를 따라 독특한 디자인 요소가 있다거나 과잉된 부분이 없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세련미가 느껴진다. 결과적으로는 이전 모델과 같이 세부적인 부분보다, 전체적인 실루엣에 차별성을 담는 디자인이 된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그런 전체적인 실루엣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유연하고 부드러워 보이던 기존의 첫인상보다 훨씬 날카롭고 공격적이다. LOW&WIDE 한 포지션을 구현했다는 의도 자체가 그렇다. 대신 프런트 마스크 대비 높게 솟아 있는 A필러와 윈드 실드의 면적은 약간의 이질감이 남아 보인다.
페이스리프트다 보니 측면 실루엣은 기존과 동일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인상의 차이는 확실하다. 전조등이 전면 하단부로 낮게 깔려있다 보니,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캐릭터 라인의 형태가 더욱 강조된다. 안개등의 위치도 위로 조정되면서 프런트 오버행이 시각적으로 가벼워 보인다. 기존의 모델Y가 오직 공기역학적인 성능을 위해 쿠페 스타일 루프를 택했다면, 모델Y 주니퍼는 본격적인 쿠페형 크로스오버의 디자인을 지향하는 느낌이다. 테일램프도 디자인이 변경되지만 측면만 바라보아서는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보는 모델Y의 측면 디자인은 사뭇 정교해 보인다. 앞뒤 휠 하우스를 강조하는 볼륨라인이 매력적인 실루엣을 형성해 주는데, 또 각각의 역할이 분명하다. 프런트 펜더의 라인을 A필러보다 낮게 포지션 하여 스포티함을 부가하고, 리어 웨이스트 라인은 넓게 확장되며 리어 엔드 포지션을 높여준다. 덕분에 루프라인은 완전한 아치 형태를 띠면서도 공간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벨트라인은 A필러 부근에서 낮게 시작되고, 뒤로 갈수록 좁혀지면서 역시나 날렵함을 보강한다. 모델Y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함에 따라 언더바디 가니시 면적이 좁은 편이다.
후면 디자인은 기존보다 더욱 간결해졌다. 우선 테일램프의 위치는 기존과 동일한데, 헤드램프처럼 하나로 연결된 형상을 지닌다. 점등 방식이 독특하다. '간접 반사형'이라 하여 일체형 가니시에 불빛이 반사되면서 가시성을 확보한다. 테슬라의 디자인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오직 '멋을 위한 형상'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새로운 테일램프의 디자인과 더불어 테일게이트 형상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아무런 굴곡 없이 깔끔한 마감으로, 넘버 플레이트는 범퍼 하단부에 배치한다. 그리고 리어범퍼 가니시와 디퓨저 면적을 최대한 확장했다. 이 번호판 위치와 디퓨저 디자인 두 가지 변화는 쿠페형 SUV의 전제조건을 따르는 셈이다.
공개된 실내 디자인도 간단히 살펴보겠다. 실내 디자인은 예상 그대로 모델3 하이랜드와 거의 동일한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이 변경되고 센터 콘솔 배치가 수정되었다. 그리고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을 한 줄로 감싸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고급스러움을 보강한다. 사실 테슬라의 실내 디자인 철학은 언제나 동일했다. 미니멀리즘이다. 최근 물리 버튼을 다시 부활시키는 브랜드들도 등장하는 반면, 테슬라의 신념은 확고해 보인다.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서의 디자인 혁신은 소프트웨어 UI의 확장성과 사용성이 우선시 된다.
글로벌 베스트셀링카의 대대적인 변혁이다. 기존 모델Y의 유선형 디자인에서 주니퍼는 보다 날카롭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변경되었다. 이전 모델은 전체적인 형상에 대한 이질감 자체가 캐릭터였다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서는 조금 더 모델 Y 주니퍼만의 성격이 확고해 보인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깔끔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더 이상 모델3의 SUV 버전이 아니다. 오히려 사이버 트럭이나 사이버 캡과 함께 있을 때 더욱 잘 어울리는 테슬라의 크로스오버가 되었다.
이제는 전기차에 대한 이질감보다 익숙함이 커진 시대다. 테슬라 모델Y 주니퍼는 디자인도 큰 폭으로 달라졌지만, 승차감이나 항속거리, 편의 기능 등등 전반적인 제품성에 대한 보강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원래부터 모델Y의 경쟁력은 갖고 싶은 디자인이 아닌, 성능을 위한 디자인이었다. 다만 전기차의 대중화와 경쟁이 심화될수록, 심미성 역시도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된다. 브랜드를 배제하고, 갖고 싶은 전기차가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격적인 쿠페형 SUV에 가까워진 주니퍼의 스타일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글: 유현태
사진: 테슬라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