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짙게 물든 CES 2025였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 기업 토요타도 올해 CES에서 AI 기술에 기반한 것을 선보였는데요. 그건 바로 우븐 시티. AI로 관리되는 우븐 시티는 늦은 밤 집까지 함께 하는 드론부터 물리적 도움과 감정적 동반자를 자처하는 인터랙티브 펫 로봇, 무인 자율 주행 수송 자동차, 교통 체증을 해소할 플라잉 카 등등 토요타가 그리는 미래가 담겨있는 공간입니다.
사실 토요타는 5년 전, CES 2020에서 우븐 시티 콘셉트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일본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 70만 제곱미터 이상 규모로 조성될 스마트 시티로 말이죠. 참고로 축구장 100개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당시 유현준 홍익대학교 교수는 우븐 시티의 지하에 조성될 운송 전용 도로망에 주목했었습니다. 자율주행 로봇들만 다니는 도로를 구축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면서 탄소 배출량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요. 더 나아가 지하 서비스망을 갖춘 우븐 시티에서 수백년 전 파리의 모습이 떠오른다면서 그 공간이 창조할 새로운 가치와 미래도 언급했었는데요.
유현준 교수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 전염병이 창궐할 때 파리가 ‘건강한 도시’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더러운 물을 배출하는 지하 하수도망을 갖췄기 때문이랍니다. 다른 도시와 달리 전염병으로 안전했던 파리엔 부자들이 모였고 그들에게 그림을 팔기 위한 화가들도 정착했다고 합니다. 결국 파리는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었고요.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지하 서비스망을 구축해 유용하게 활용한다면 우븐 시티는 다음 시대의 파리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아무튼 밑그림만 그렸던 지난 발표 때와 달리 이번엔 1단계 완료를 알리며 보다 구체적으로 우븐 시티에 대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약 5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1단계 건물들은 작년 10월 건설이 완료됐고 현재 론칭을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하네요. 이와 함께 토요타는 우븐 시티가 자리 잡은 Toyota Motor East Japan(TMEJ) 히가시후지 공장 부지를 제조 허브로 개조 중이며 2단계를 위한 현장 준비 작업에도 임하고 있다고.
토요타는 우븐 시티를 로봇과 자율 주행 자동차 등 미래 기술의 실험실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거주 공간에 그치지 않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는 ‘모빌리티 테스트 코스’로 발전시킨다는 겁니다. 그래서 토요타는 우븐 바이 토요타(WbyT)와 같은 토요타 그룹 회사, 닛신 식품 주식회사, 린나이, NTT 등 토요타가 인베스터(Investor)라고 부르는 다양한 협력사와 함께 우븐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학교, 연구 기관, 개인 기업가도 2025년 여름부터 최첨단 기술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추구하는 우븐 시티 프로젝트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토대로 토요타는 우븐 시티를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별한 환경으로 구축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빌리티를 재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네요.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위해 사람, 상품, 정보, 에너지를 모두 아우르는 더 넓은 범위의 모빌리티로.
우븐 시티 1단계 완료 발표와 함께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로켓 사업에도 투자한다고 밝혔는데요. WbyT를 통해 일본 민간 우주 비행 스타트 업인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Interstellar Technologies Inc.)에 대한 70억 엔을 투자해 로켓 대량 생산을 지원한다는 것이죠. 우븐 시티로 ‘모두를 위한 웰빙’을 추구하면서 육지, 바다, 하늘에서 우주로 향하는 모빌리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토요타가 생각하는 미래 모빌리티는 지구에만 국한되지 않나 봅니다.
아무튼 2025년 가을 혹은 그 이후로 예정된 우븐 시티의 출범을 통해 약 100명의 거주자들, 주로 토요타와 WbyT 직원과 그들의 가족이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단계에서 약 360명의 주민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2단계와 후속 단계를 포함해 총 인구는 2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네요.
더 나아가 토요타는 우븐 시티 주민과 방문객의 피드백도 받아 지속해서 스마트 시티의 혁신을 주도하고 더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토요타는 이들을 위버(Weaver)로 부르더군요. 토요타는 위버가 우븐 시티 안에서 이동성 확장과 관련된 공동 창조 활동에도 참여해 우븐 시티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곧 토요타의 100주년을 기념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아닌 자동 직기 발명 회사로서요. 토요타는 자동차가 아닌 섬유 기계를 생산하는 회사로 시작됐습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분야와의 협력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모든 걸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겠다는 토요타. 직물을 짜는 것으로 시작했던 이 회사가 직조할 미래는 이제 멀지 않은 듯합니다.
글 이순민
사진 Toyota Global News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