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과 효율의 완벽한 조화, 하이브리드 그 이상의 전동화 경험’
현대자동차그룹이 밝힌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의 콘셉트입니다. 쉽게 말해 균형과 확장에 힘을 쏟았다는 거죠. 새로운 변속기에 구동 모터(P2)와 시동, 발전, 구동력 보조 역할을 하는 신규 모터(P1)가 내장되어 동력 성능과 연비를 개선하면서 둘 사이의 밸런스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
주요 부품의 크기와 위치를 최적하면서 전체적인 부피도 줄여서 작은 차부터 큰 차까지 적용될 수 있다네요. 현대차는 5가지 라인업을 생각하고 있던데 시스템 출력의 커버리지는 100마력 초반부터 300마력 중반까지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스테이 모드, V2L, 스마트 회생 제동 등 전기차에서나 누릴 법한 편의 기능도 차세대 하이브리드의 확장을 찾아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여기까지만 알아도 충분하지만 조금 더 살펴볼까 합니다. 왜? 다음 차는 하이브리드일 수도 있으니까요.
먼저 변속기부터. 현대차는 한층 고도화된 변속기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소개했었는데요. 그 이유는 모터가 하나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기존 하이브리드 변속기는 구동과 회생제동을 책임지는 P2 모터만 품고 있었지만 새로운 변속기엔 P2뿐만 아니라 시동, 발전, 구동력 보조를 담당하는 P1도 통합됐습니다. 변속기의 역할이 확대된 차세대 하이브리드를 두고 현대차가 ‘P1+P2’ 병렬형 구조로 설명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 ‘P0+P1’ 대비 효율이 높아진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전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시동과 발전을 담당하는 P0 모터는 엔진에 벨트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찰 손실이 발생했지만 새로운 시스템에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P1 모터가 엔진에 직접 체결되면서 벨트 마찰 손실이 없어지면서 에너지 전달 효율이 높아진 거죠. 게다가 P1 모터는 구동에 전혀 개입하지 않던 P0 모터와 달리 주행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보조해 시스템 전체 효율을 높이는 데 이바지합니다.
동력 성능 개선도 눈에 띄는데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변속기의 허용 토크가 37.4kgf·m에서 46.9kgf·m로, 25% 정도 상향되어 고배기량 터보 엔진과 맞물릴 때 최대 토크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네요. P1·P2 모터의 냉각 구조와 냉각 유량이 개선되어 단위 부피당 출력 밀도는 약 21%, 토크 밀도는 약 7% 높아졌고.
이와 함께 주목할 건 변속기의 전체적인 부피 감소입니다. 변속기에 모터가 하나 더해졌고 변속기 허용 토크도 높아졌지만 주요 부품의 배치를 최적화함으로써 기존 수준의 크기를 유지하면서 여러 모델에 대한 탑재 확장성을 확보한 겁니다. 전체적인 부피는 줄였고요.
새로운 하이브리드 변속기와 엔진 개발에 참여한 현대차 전동화구동설계팀 유홍식 책임연구원은 변속기 구조와 부품 크기에 초점을 맞춘 패키징 전략에 힘을 쏟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유 책임연구원은 ‘구동 모터 패키징 최적화, 변속기 댐퍼 구조 변경, 내장형 전동식 오일펌프, 리어 커버 일체형 케이스 적용’을 통해 변속기 길이가 늘어나는 것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는데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변속기 안에 P1 모터를 넣을 공간을 확보하고 P1 모터의 적층 길이도 줄이면서 구동 모터 패키징을 최적화한 겁니다. 그리고 새로 개발한 변속기 댐퍼는 P1 모터 내부 공간에 배치하고 전동식 오일 펌프도 변속기 내부로 옮기고요.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리어 커버 일체형 케이스까지 변속기에 적용하면서 부피는 축소. 그가 ‘한정된 엔진룸에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을 탑재하는 것이 가장 도전적’이었다고 말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엔진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첫 파워 트레인으로 간택을 받은 건 가솔린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인데요. 기본이 되는 2.5 터보 엔진보다 출력과 토크를 낮게 조정해 하이브리드에 맞게 변화됐습니다. 여기에서도 효율 극대화.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조 변화로 인해 엔진 설계가 달라졌다고. 새롭게 추가된 P1 모터를 엔진과 바로 체결하면서 메인 벨트, 알터네이터, 에어컨 컴프레서를 분리했다네요. 불필요한 부하와 무게를 줄여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챙기면서.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고효율 사이클을 통해 실린더 내부 혼합기의 흐름을 강화하고 성능과 효율도 향상시켰는데요.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은 흡기, 압축, 폭발, 배기의 4행정을 거치면서 동력을 얻습니다. 엔진의 효율을 위해 압축비를 높이기도 하는데, 기계적인 압축비를 높이면 팽창비도 같이 늘어나면서 유효한 동력을 많이 만들어냅니다.
폭발력과 연소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연소실 내 온도와 압력이 증가해서 비정상적 연소 발생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바로 노킹. 이때 흡기밸브를 닫는 시점을 의도적으로 늦추면 혼합기 일부를 돌려보내 유효 압축비와 펌핑 손실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 터보 하이브리드는 이러한 고효율 사이클을 도입해 열효율을 극대화한 겁니다. 압축비는 ‘10.5 : 1.0’에서 ‘12.0 : 1.0’으로 높아졌고, 압축 행정 단계에서 흡기 밸브를 닫는 시점을 늦춰 실린더 내부로 들어가는 혼합기의 유효 압축비는 줄이고 폭발 과정에선 기계적인 팽창비를 극대화하는 ‘과팽창 사이클’이 적용된 것. 이를 통해 혼합기를 압축할 때 소모되는 동력을 줄이고, 연소 후 발생하는 에너지는 최대화해 엔진 성능과 효율을 챙겼다는 거죠. 이 밖에 피스톤 형상을 개선하고 연료의 3단 분사 영역을 대폭 확장해 연소 속도 향상, 연소 안정성 확보, 노킹 억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엔진 효율을 향상시켰다고 하네요.
가솔린 2.5 터보 하이브리드가 브랜드 최초로 탑재된 팰리세이드는 2WD 7/9인승 18인치 휠이 적용된 모델 기준 복합 연비 14.4km/L로 인증받았습니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334마력, 최대 토크는 46.9kgf·m. 현대차는 동급의 2.5 터보 가솔린 모델 대비 연비는 대략 45%,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19%, 9% 정도 높다네요.
여러 전동화 특화 기술도 차세대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합니다. e-AWD는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인데 전륜 기반 하이브리드 모델의 후륜 구동축에 구동 모터(P4)를 추가해 주행 성능과 가속 응답성을 향상시킵니다. 현대차는 테크 데이를 통해 개선된 e-VMC 2.0을 새롭게 선보였는데요. e-VMC 2.0은 e-AWD 기반의 하이브리드에 적용되는 기술로 전·후륜 구동 모터의 독립적인 토크 제어를 통해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높여주며, e-핸들링 2.0, e-EHA 2.0, e-라이드 2.0으로 구성됩니다.
세부적 살펴보자면, e-핸들링 2.0은 선회 시 전·후륜 모터를 각각 반대 방향으로 제어해 무게 중심을 낮춰 롤 방지 성능을 강화하는 기술입니다. 기존 E-핸들링이 단일 모터의 가·감속 제어를 통해 주행 안정성과 응답성을 높였다면, 2.0은 보다 정교한 제어를 구현합니다. e-EHA 2.0은 긴급 조향 보조 기술로, 차량의 레이더 및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전방 충돌 위험을 감지하고, 급격한 조향 시 전·후륜 모터의 제동 제어로 회피 거동을 더욱 정밀하게 보조합니다. e-라이드 2.0은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 상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과속방지턱 진입과 탈출 상황에서 전·후륜 모터의 반대 방향 제어를 통한 무게 중심 변화를 활용해 피치와 바운스 모션을 낮춥니다.
스테이 모드도 있는데요. 전기차의 유틸리티 모드를 하이브리드 특성에 맞게 바꾼 겁니다. 스테이 모드가 활성화되면 시동을 걸지 않아도 공조와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량 70~80% 상태에선 최대 1시간까지 사용 가능. 그리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적용된 V2L은 전기차와 동일하게 최대 출력 3.6kW를 지원합니다. V2L은 엔진이 켜진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스테이 모드에선 배터리 용량의 최대 50%까지.
한편 현대차그룹은 신규 하이브리드 변속기를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엔진에 조합해 소형부터 대형 및 럭셔리까지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합니다.시스템 출력 커버지리 확대에 따라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은 5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그중 2.5 터보 하이브리드는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현대차 기아의 다른 모델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후륜구동 2.5 터보 하이브리드에 기반한 제네시스 모델은 2026년부터.
글 이순민
참고 HMG Journal
사진 HK PR Center, HMG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