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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가 미친 듯이 달리는 영화, 그냥 봐

시련과 좌절, 고통으로 멈춰버린 한 남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든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끝까지 달리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이었다. 할리우드와 모터스포츠가 만나 탄생한 F1 더 무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거침없는 질주, 심장을 찢는 엔진음 그리고 여전히 핸섬한 브래드 피트의 강렬한 존재감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이 영화는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는 감동을 전한다. 콘텐츠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시선도 함께.

나이 든 영웅과 시대가 원하는 서사

소니 헤이스, 그는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웅이었다. 끝을 모르고 비상하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추락하면서 그의 빛나던 시절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절망과 불안 속에 안정을 찾지 못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오랜 친구 루벤이었다. 그렇게 그는 F1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또 다른 비상을 꿈꾼다. 탑건의 매버릭이 그랬듯이.

F1은 완벽함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천재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처받고 흔들리는 베테랑의 인간적인 초상에 집중한다. 관객은 그의 기량보다 마음에 더 몰입하게 된다. 영화는 나이 들고 상처받은 영웅을 통해 중요한 것은 다시 시동을 걸 용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끝났다고 느낀 순간에도 다시 달려야 하는 용기는 망설임과 두려움 그리고 도전 사이에서 방황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니와 신예 드라이버 조슈아와의 관계는 전형적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조슈아는 젊음과 속도로 강함을 증명하려는 자신감으로, 소니는 경험과 노련함으로 서로 다른 마음가짐으로 서킷 위에 선다. 같은 팀이지만 전혀 다른 두 남자의 경쟁과 갈등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화해와 성장은 F1 특유의 날선 세계에서조차 인간미를 잃지 않는 스포츠 드라마로 영화를 이끈다. 그 안에는 경험과 패기가 부딪히며 세대교체와 계승이라는 스포츠의 유구한 본질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F1을 자세히 몰라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할리우드와 F1, 새로운 하이브리드 콘텐츠의 탄생

인간적인 서사와 긴장감 넘치는 레이스가 어우러진 F1 더 무비는 스포츠 영화의 영역을 넘어선다. 넷플릭스 시리즈 본능의 질주로 불붙은 F1의 세계적인 인기부터 월드 챔피언 7회에 빛나는 ‘Sir’ 루이스 해밀턴의 제작 참여, 명불허전 브래드 피트까지, 이 영화는 할리우드 콘텐츠와 모터스포츠, 두 산업의 성공적인 결합을 보여준다.

할리우드의 상업적 연출력과 실제 그랑프리 현장에서의 촬영은 ‘APXGP’라는 가상의 팀에 사실감을 부여했다. 특히 브래드 피트가 실제 F2 머신을 몰아 F1 서킷에서 달린 장면은 전에 없던 리얼리티를 구현해냈다. 존재하지 않는 팀으로 관객 몰입을 꾀하면서도 실제 카메라 워크로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내달리는 서킷 위의 두려움과 짜릿함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IMAX라는 공간에서 완성된다.

IMAX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IMAX는 스토리텔링 장치로 활약한다. IMAX 인증 카메라와 렌즈로 촬영된 이 작품은 현존하는 가장 높은 해상도의 대형 포맷에 맞춰 제작됐다. 관객은 단순히 큰 화면으로 레이스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차체의 떨림, 서킷 노면의 질감, 드라이버의 표정 변화까지 체감할 수 있다.

특히 IMAX 고유의 화면비는 스크린 위 공간감을 극대화한다. 드라이버의 시야를 그대로 옮긴 헬멧 캠 시퀀스에서는 속도감이 관객의 시야 전체를 장악하며 시선을 돌릴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엔진음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닌 관객의 심장과 공명하는 리듬으로 전해진다. 또한 IMAX는 속도와 감정을 동시에 체험하게 하는 핵심 장치로도 기능한다. 생생한 속도감과 엔진음은 소니의 심리 상태와 맞물리며 그의 두려움과 결의를 온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제작진 역시 IMAX를 전제로 한 이 작품을 ‘실제 서킷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설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관객은 속도의 쾌감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됐고 IMAX는 영화적 체험을 한층 확장시켰다. 그 체험은 훌륭한 볼거리를 넘어 극장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으로도 이어진다.

할리우드의 기획력과 F1이라는 글로벌 스포츠 자산이 결합된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관을 하나의 ‘체험형 모터스포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실험이자, 영화관의 차별화된 경험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는 스트리밍 시대에도 관객을 다시 영화관으로 불러들이려는 산업적 야심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대형 스크린, 몰입형 음향, 현장감 넘치는 촬영을 통해 관객이 체험자로 변모하는 경험을 제공했고, 이는 영화관이 콘텐츠 소비의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재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결론은? 브래드 피트가 미친듯이 달린다. 애플tv 기다리지 말고 지금 영화관으로.

글 이순민
사진 네이버, CGV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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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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