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플래그십 라인업, 모델 S와 모델 X의 생산이 종료되었다. CEO 머스크는 지난 2026년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모델S와 모델X의 '명예로운 퇴역'을 예고한 바 있고, 지난 4월 350대 한정 '시그니처 에디션'공개와 함께 신규 주문 종료했다. 앞으로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번 플래그십 모델의 단종이 수요부진에 의해 감행되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테슬라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실행되는 단계이기도 하며, 결국 레거시 브랜드들을 앞서나가는 수순이라는 사견이다.

테슬라 모델 S는 2012년 첫 양산 모델이 공개되었다. 당시 사명은 테슬라 모터스, 2007년부터 착수한 4도어 전기 EV 프로젝트 '화이트스타'의 결과물이다. 차량 개발에 대한 많은 일화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의 '전환점'으로 남았다. 공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항속거리를 가진 양산형 전기자동차였고, EV 아키텍쳐의 표준이 되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활용했다. 출시 이후 마감이나 불량 등 품질 논란도 꾸준했지만, 결과적으로 디지털 중심의 UI 또한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게된다.


테슬라 모델 S는 공식적인 풀 모델 체인지 없이 2012년부터 2026년까지 14년간 판매되어 왔다. 자동차 시장에서 14년의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 것 자체로 이례적인 사례다. 하나, 테슬라의 주장과 달리 모델 S의 초기 모델과 최후기 모델의 부품 공유율은 3%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모델S의 공식적인 풀체인지가 없었던 것이지, 당사의 표현으로 '리프레시'라고 하는 크고작은 마이너 체인지는 지속되어 왔다. 총 부품수도 당초 5000개에서 3000 여개 수준까지 감소했고, 꾸준한 품질과 생산성 개선으로 꾸준히 전기차으 기준을 높여온 셈이다.

모델S의 공식적인 페이스리프트는 2016년 처음 진행되었다. 디자인을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가다듬고, 섀시 성능을 개선한다. 그 이후에도 PE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선은 지속된다. 2017년 테슬라 모터스는 사명을 '테슬라'로 교체하고, 모델 S의 자율주행 HW 2.5 탑재와 데이터 마이닝을 이어갔다. 2026년 마지막까지 판매된 모델 S는 2차 페이스리프트 사양이다. 2021년 공개되었으며 외관보다는 실내 레이아웃을 큰 폭으로 보완했다. 기존 퍼포먼스 트림은 '플래드'라는 명칭으로 변경되며, 제조사 발표 1초대의 제로백을 실현한다.

14년에 걸친 테슬라 모델 S의 연혁은 끝났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부분은 모델S가 아닌 스타트업 테슬라 모터스의 성장이다.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2021년 자동차 기업 최초 1조 달러를 돌파했고, 전세계 10대 기업에 진입한다. 그리고 테슬라는 단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빅테크' 의 정체성을 갖는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사업 자금을 위한 캐시카우의 개념이지, 독점적인 기술은 빅 데이터와 자율 주행및 피지컬 AI에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의 생산은 물론이고, 전기 에너지 생산부터 공급에 걸친 모든 인프라 사업에 막대한 투자와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논지는 테슬라 모델S의 생산 종료가 시사하는 바다. 당장 자동차 산업에는 큰 영향이 없어보이지만, 길게 볼때 자동차 가진 '사치재'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테슬라는 모델 Y와 3를 중심으로 대중형 자동차의 판매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 가격은 보조금 없이도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와 견주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한국 시장만 보아도 국내 브랜드와 테슬라의 순수 가격 경쟁은 이미 완전히 패했다. 반면에, 중국 생산과 배터리 등 원가 절감에만 치중해온 테슬라에게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는 사라졌다는 이면이 있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테슬라를 접한 소비자들은 '프리미엄'과 거리감이 있는 브랜드로 인지할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아도 럭셔리 보다는 얼리어답터 성향, 기술 선도 브랜드이자 전기차의 대명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권위적인 자동차 산업에서 테슬라가 시총 1위 기업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급화 전략에 있었다. 참고로 테슬라 모터스의 시작은 모델S가 아닌 '로드스터'라는 2인승 모델이다. 로터스의 섀시 기술을 빌렸던 경량 전기 스포츠카, 지금으로서는 조악한 품질과 평범한 성능을 가진 전기차지만 당시에는 '혁신'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즉, 보급형 전기차 기업에 앞서 이른바 '셀럽'들의 자동차라는 수식어가 따랐다. 다수 기업가나 배우 등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소유했고, 성급한 양산 보다는 한정적인 물량 공급을 통해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이후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돌입한 모델이 바로 '모델 S'다. 출시 초기 품질 불량과 섀시 완성도, 인프라 부진 등 많은 비판도 뒤따랐지만 모델S가 가진 상징성을 넘어서진 못헸다. 이후 2018년 유럽에서만 연간 1만 6천132대를 판매하는데, 동기 S클래스와 7시리즈 등 플래그십 세단의 판매량을 넘어서며 당당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업계 후발주자들은 보급형 모델로 자금처를 확보하고, 고가의 라인업을 확장하거나 별도 브랜드를 런칭하는 수순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테슬라 모터스는 적자를 감내해서라도 브랜드 밸류를 쌓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본격적인 매출증대를 위해 개발된 모델 3와 모델 Y 등 보급형 라인은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냈고, 중형 크로스오버 모델Y는 전세계 단일 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 보수적인 완성차 제조사들에게는 그야말로 '테슬라 쇼크' 뒤늦게 전기차 산업에 진출하지만, 대부분의 영업 실적은 처참했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기업들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전기차 사업의 진출과 확장을 독려했고, 이는 전기차 사업의 규모 경제를 키우고 인프라 확장에 힘을 분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테슬라는 원가 혁신에 성공한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나 포르쉐 등 일류 브랜드들의 전기차 사업은 명백히 실패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 수준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 전기차 사업의 성장으로 시장 침투력은 더욱 약화되었다. 전동화 전환에 앞장서던 브랜드들도 다시금 내연기관 혹은 하이브리드로 돌아서는 추세에 있다.

반면, 테슬라는 전기차를 더욱 저단가로 공급하면서 레거시 브랜드와 기술과 판매 격차를 키우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테슬라가 판매한 차량들은 각국의 데이터 수집 센터 역할을 맡는다. 즉, 테슬라가 전기차 하드웨어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는데, 소프트웨어 경쟁에서는 더욱 선도적인 입지를 가져오는 것이다. 테슬라의 계획대로면 완전 자율 주행의 시대도 머지 않았다. 자율 주행의 본질은 단순 편의가 아니라 이동의 '시간'을 사고 판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동의 편의에 초점을 두고 발전해왔던 고전 브랜드들의 '프리미엄'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에 선행되는 절차가 모델S와 모델X 의 단종이라는 사견이다. 만약 더이상 자동차가 사치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레거시 기업들의 명예와 실적은 실추할 것이다. 물론 오직 '취미'의 영역에 걸치는 하이엔드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있다. 하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승마를 이동의 개념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당장은 비현실적인 망상에 그칠 수 있다. 단, 확실한 건 보수적인 기업들의 성장성은 이미 직시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테슬라보다 앞서 플래그십 세단의 단종을 감행한 브랜드들도 다수라는 사실이다.

테슬라의 플래그십 세단 '모델 S'가 14년의 연혁을 끝으로 단종된다. 그 14년의 기간동안 자동차 시장은 유례없는 변동성을 가져왔고, 전기차 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더욱 크다. 모델S의 단종은 단순한 수익성 부진을 넘어서, 자동차가 가진 사치재로서의 기능이 사라져 간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본다. 그리고 테슬라의 브랜딩에 있어 모델S가 창출해낸 부가 가치는 단순한 판매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머스크는 모델S와 모델 X의 '명예로운 퇴역'을 자신있게 발표할 수 있었고, 레거시 브랜드은 가능한 빠르게 성장 동력을 되찾아야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글/ 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