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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서 오히려 좋아, 26년도에 중고 현대 아슬란 살펴보기

얼마전에 회사 임원분과 함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앞을 슝하고 흰색 차량이 지나가는데 보이면 복권을 사야한다고 알려진 '아슬란'이었죠. 속으로 '꽤나 레이템이 지나가네' 싶었는데 때마침 임원분께서 제게 이렇게 물어보시더군요.

"저 차 아슬란이지? 저거 어때?"

평소 서킷도 다닌다지, 정비사 자격증도 있고 가끔 퇴근하면 집에 안가고 정비를 하는 회사 일보다 차에 미친 회사 팀장이 축 처져 있으니 감사하게도 흥미를 끌만한 떡밥을 시기 적절하게 던져주시더군요.

그랜저 고급형이고 FWD 중엔 제일 비쌌는데 그 위에 제네시스가 있던지라 망했죠.그런데 지금 천 만원도 안할거에요
라며 무심히 답을 드리니 눈이 동그래지시며 굉장히 흥미롭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런 대화가 오간김에 블로그에 한 번 내용을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

1. 그랜저HG < 아슬란 < 제네시스DH

차를 좀 아시는 분들은 이 차의 이름 정도는 들어보셨을테고 그닥 관심이 없는데 저렴한 가격에 쓸만한 가치를 가진 현대기아 준대형을 찾는 분들이라면 이 차를 처음 듣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아슬란은 2014년, 현대자동차가 '그랜저 HG'와 '제네시스(DH)=2세대 제네시스(이후 G80으로 이름이 바뀐 바로 그 차)'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출시한 전륜구동(=앞바퀴 굴림) 중 가장 비쌌던 차량입니다. 출시 가격이 그랜저보다 무려 약 1,000만 원가량 높게 책정되었더랬죠.

하지만 이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습니다.

그랜저HG : 이미 고급화된 자리를 잘 잡고 있고 크게 다른 점도 없어보이는데 굳이 더 비싸게 살 필요가 있나?
아슬란 : (...나 할말 있는데..아니..좀 들어봐..아 싫다고?...)
제네시스DH : 1세대 대비 떡상한 디자인, 후륜/AWD 등이 있는데, 'FWD 그랜저급'과 같이 놀고 싶진 않아.
결국 2017년,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되며 현대차의 '흑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됩니다..

2. 그렇다고 그랜저HG보다 못하냐고? 천만에.

에이.. 설마요. 가격이 더 비싼데 뭐라도 하나 더 좋은 점이 있을겁니다. 2014년 그 시절에는 천만원의 가치를 찾아서 납득하기가 좀 어려웠을지 몰라도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지금 시점에서는 확연한 점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NVH : 제조사에서 자신있게 강조한 부분이며 전문 매체의 반응도 상급의 차량들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만큼의 정숙성이 장점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ADAS : 첨단주행안전 옵션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시점인데 물론 옵션 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랜저보다 꽉꽉 담은 것은 맞습니다. 이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긴 하구요.

희소성 : 동시대에 나온 그랜저와 아슬란 디자인을 비교해보자면 그랜저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꽤 많이 늙은 차의 느낌을 주는 것에 반해 아슬란은 후속이 없다보니 비교적 세련되어 보이고 디자인 자체도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큰 디자인이라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에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3. 뭐어? 그랜저는 겨우 4기통이라고??
아슬란을 이 세상에 내놓으려 준비하셨던 현대차분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다. 바로 그랜저보다 아슬란이 '확실히 좋은 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가장 확실한 한 방인 '파워트레인'에 차별화를 두게 됩니다. 그래서 그랜저는 4기통이 주력인데 반해 아슬란은 모오두 고오급 V6 엔진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함정이 있으니.. 그랜저HG 3.0도 V6이라 결국 기통수량은 아슬란의 매력이 될 수 없었고 오히려 그랜저에서는 2종의 가솔린 엔진, 1종의 디젤, 1종의 LPG까지 총 5가지의 선택지를 내놓았으니 소비자의 관심과 고민은 그랜저에서 끝나버리게 됩니다.그리고 '고오배기량'이라는 개념은 사실 북미에서나 유효한 것이지 기름값 귀한 한국에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기에 그리 유효한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이 이 기회에 한 번 더 입증된 셈이기도 하구요.

4. 망한 차의 역설=희소성▲

그랜저HG는 진짜 너무 많이 봤습니다. 출시한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많이 보이고 택시든 지인차든 아마도 한 번은 꼭 타봤을 그 차량이죠.

흔한 것이 친숙하다는 점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너무 익숙해서 매력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데 그런 분들에겐 여전히 아슬란은 아주 좋은 선택지 입니다. 이 시점에서 중고차 시장의 현황을 한 번 살펴볼까요? (26년 5월 14일, 엔카 등록 기준)

그랜저HG: 2,703대 (낡고 오래된 아빠차 느낌)
아슬란: 182대 (오? 저 차 뭐지?)
수십 수백대 차이가 아니라 숫자 단위 자체가 달라버린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얼마나 귀한지 감이 오시나요?

5. 아슬란 ONE PICK: "무조건 3.3 풀옵"

'신차는 깡통, 중고는 풀옵'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 말은 아반떼 같은 보급형 모델보다는 아슬란과 같은 고급형 모델인 경우 더 적절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특히나 더 때릴 감가가 있으려나 싶을 정도로 감가를 두드려 맞은 차량인 경우는 더하죠.

추천 이유 :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당시 최고급 옵션을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고, 배기량 차이에서 오는 세금 등의 차이는 연식에 따른 세금 감면이 적용되어 큰 차이가 없으며 연비도 사실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0-100km/h 7초대 차량인데 매력적이지 않나요?
정비 이점 : 정비 관점에서 판매량이 적었던 아슬란을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있는 이유는 그랜저HG와의 부품 호환성 덕분 입니다. 하체 부품이나 엔진 소모품 대부분을 그랜저와 공유하기 때문에, 단종차임에도 불구하고 부품 수급이 매우 원활하고 수리비가 저렴합니다. 요즘은 부품가격도 가격인데 수급이 더 큰 요인이라는 점 기억하시구요.

6. 결론: 1,000만 원 언더로 GET

아슬란은 '(의도적으로)실패한 신차'였을지 모르지만, 중고시장에서는 '히든 챔피언'입니다. 남들이 '실속있는 준대형'을 떠올릴 때 입을 모아 그랜저라 말할 때 조용히, 그리고 넌지시 '아슬란'이라고 말만 해도 '차잘알' 소리 들을지 모릅니다.

엔카 등록 매물을 구경해보니 중고시세는 695~790만원 정도에 형성이 되어 있는데 간혹 상태가 좋거나 옵션이 많은 경우 1,000만원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다만 제가 추천드리는 차량은 주행거리가 다소 있더라도 1,000만원 언더로 구입을 하고 현금으로 싹 한 번 정비를 하고 타시길 권해드리겠습니다.

마무리

6기통에 3.3 배기량이면 아무래도 연비가 썩 좋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도심 주행 환경에서는 요즘같은 고유가 시대에 부담스럽게 작용할겁니다.

하지만 주행 '빈도'가 많지 않되 가끔 '장거리'를 다니는 분들이라면 출력 및 정숙성 대비 고속도로 연비는 썩 빠지진 않을테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이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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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rid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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