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분들은 자영업자보다는 직장인이 많을 것 같습니다. 모두들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지 모두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는 유난히 안하던 일이 잘 넘어오는 팔자를 가지고 있는데 그냥 중고차를 사는 것만 해도 누군가에겐 상당한 도전적인 일일텐데 저는 한 평생 타볼 일이 있을까 하는 '냉동탑차'를 중고로 2번, 신차로 1번 구입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올시다.
그래서 이 세상에 존재할 마치 저와 같은 상황(=갑자기 이걸 하라고??)에 빠지어 본인의 몇 남지 않은 머리칼을 뜯고 있을 이름모를 그대를 위해 제 경험담을 풀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원해봅니다.

1. '차' 자체보다 '냉동기'가 돈먹는 하마
냉동탑차의 본질은 결국 냉동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냉동탑차는 그 시작이 언제일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된 파워트레인을 계속 우려 먹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검증(?)되었다 볼 수 있고, 만약 고장나도 주변에 널리고 널린게 현대/기아 정비소이기 때문에 진짜로 차량 자체의 문제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가능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냉동기'가 부실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지금, 냉동기 자체가 고장이 나면 비싼 수리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대체 비용'입니다. 냉동기 수리하는 업체 찾는데 시간, 부품 구하는데 시간, 수리하는데 시간.. 이런 식이면 피해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으니 말이죠. (경험담 : 냉동탑차 한 번 불러보세요. 하루에 수십만원 그냥 나갑니다.)
그러니 냉동기를 잘 점검해야 하는데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래에는 '그나마' 최소한으로 이 정도는 체크를 해야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온도 하강 속도 체크: 시동을 걸고 냉동기를 가동했을 때, 온도가 떨어지는 속도를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세요. 멈춰있는 상태에서 온도가 지지부진하게 떨어진다면 가스 누설이나 냉매 부족을 의심해야 합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온습도계를 하나 사고, 차를 보러갈 때 미리 시동 걸어두지 말라고 한 다음, 제가 직접 시동걸고 냉동기 돌려서 얼마나 빠르게 적재함의 온도가 떨어지는지 체크했습니다. (사실 얼마나 떨어져야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기준은 없지만 최소한 제대로 체크는 해봐야 합니다.)
컴프레서 진동과 소음: 캐빈(운전석) 위쪽에 있는 컴프레서가 작동할 때 소음이 너무 크거나 차체가 과하게 떨린다면 수명이 다했다는 신호입니다. 신차도 작동시 바람소리와 함께 진동이 있는데, 고장을 앞두고 있는 차량은 다릅니다. 무슨 귀신소리가 난다거나 진동이 너무 크다거나 하면 피하는게 상책입니다.
듀얼 컴프레서 확인: 요즘은 대부분 '듀얼 컴프레서(에어컨용과 냉동기용이 따로 있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구형 차량 중 '싱글 컴프레서' 방식은 냉동기를 켜면 출력 저하가 심해 운전이 괴롭고 한여름엔 적재함 온도도 잘 안떨어집니다. 그러니 돈 좀 아끼겠다고 너무 오래된 차량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돔황촤!!)
온도기록지(타코메타): 백화점 등 납품처에서 요구하는 필수 서류가 될지도 모릅니다. 온도기록지가 없는 차량도 간혹 있습니다만 갑자기 납품처에서 기록지 가져오라고 하면 몇 십만원 그냥 깨지니 미리 있는 차량의 것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2. 눈에 보이는게 다가 아니지
냉동탑차를 사는데 99%는 식음료를 운반하기 위함입니다. 맞죠? 그리고 우리는 차를 보러 가기전 중고차 판매업체에서 올린 사진을 유심히 봅니다. 맞죠? 그런데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깨끗한가' 정도입니다. 맞죠?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냄새'입니다. 물론 사진을 먼저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간혹 유난히 차도 깨끗, 적재함도 깨끗한데 저렴하게 나온 매물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적재함 냄새가 나는지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제가 차를 보던 당시 완전 꿀매물이 있었는데 차량 설명을 자세히 보니 '생선을 운반했던 차량이라 냄새가 난다'는걸보고 바로 접었습니다. (판매자 양심 따봉드림)
환기 관리의 흔적: 냉동기를 사용하면 탑 내부 습기가 생깁니다. 특히 냉동기를 켜고 장거리 주행을 하고나면 적재함이나 냉동기에 얼음이 맺히기 때문에 시동을 끄면 물기가 생깁니다. 그래서 운행이 끝난 차량들은 적재함을 개방하고 잘 말려야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무지한 일부 운전자들은 오래 방치를 하게 되는데 그러면 곰팡이가 피기 쉽습니다. 이런 차량들은 내가 실을 물건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으니 구석구석 잘보고 사야 합니다.
냄새 주의보: 육류나 채소 냄새는 세차나 소독으로 어느 정도 빠지지만, 생선 비린내나 육류 중 특히 가금류(닭이나 오리 등)의 냄새가 배어 있는 차는 아무리 닦아도 냄새가 올라옵니다. 그러니 이런 상용차를 살 때는 승용차처럼 사진만 보고 덜컥 구입하면 안되고 귀찮아도 직접가서 보고 맡고 해야 합니다.

3. 에너지 도둑, '판넬 구멍' 찾기
제가 저희 운송 담당자를 채용하며 처음 선포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어떠한 이유든지간에 '적재함 문의 안전고리를 걸지 않았다가 내게 걸리면 퇴사까지 생각하라'는 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안전' 입니다. '개문발차' 사고라 하는데 쉽게 말해 적재함 문이 여닫히면서 인적 물적 사고가 은근히 잦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바람 불거나 경사가 있는 곳에서 습관처럼 안전고리 안걸었다가 수십 수백만원 증발하는거 아주 흔하고 쉬운 일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냉동 효율입니다. 운전자의 실수로 적재함이 어딜 박아서 생기는 판넬 손상보다 안전 고리 안걸었다가 바람 등에 문이 급격하게 꺾이면서 도어의 손잡이 부분이 판넬을 때려 구멍이 나는 경우가 훠어어어어어얼씬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멍들이 차량의 냉동 효율을 깎아 먹는다(=돈을 먹는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판넬 찌그러짐과 구멍: 탑 내부나 외부 판넬에 구멍이 난 차량은 단열재 안으로 물이 스며들어 단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냉동탑차를 쉽게 보는 지표로 냉동기와 함께 판넬의 상태만 봐도 전반적인 관리 이력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문틈 실링(고무 패킹): 옆문과 뒷문이 꽉 닫히는지, 자연스럽게 닫히며 적재함의 밀폐를 잘하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사고가 있었거나 여하튼 문제가 있으면 이격이 있는데 그 작은 구멍으로 돈이 숭숭 나갑니다.

4. 당기면 안다. '사이드 브레이크' 점검
냉동탑차는 짐을 실었을 때 무게가 상당합니다. 일반 승용차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승용차도 기어 레버를 P에 둔 채 경사로에 방치했다가 굴러 내려가는 사고가 종종 있는데 짐까지 실은 상용차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안쓴다? 이건 말이 안되는 겁니다.
경사로 체결력: 가파른 경사로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만으로 차가 밀리지 않고 잘 버티는지 테스트하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만약 주변에 경사로가 없다면 D에 넣고 사이드를 제대로 채우고 차가 잘 버티는지 체크해봐야 합니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한 클릭 한 클릭 올라오는 것도 적당해야지 너무 많이 올라와서도 안됩니다. 당겨보면 느낌 옵니다. 꼭 당겨보세요.

5. 라이닝 소음과 '풋 브레이크' 상태
의외로 상용차를 타시면서 브레이크 관리 안하시는 분들 꽤 계십니다. 그래서 정비소에서는 '이 차 그동안 앞바퀴 브레이크만으로 다녔다'며 놀라는 상황들이 종종 발견됩니다.
브레이크 소음: 제동 시 "끼익" 하는 금속음이 들린다면 라이닝 마모가 심하거나 디스크 변형이 온 상태입니다. 중고차 단지 내부라도 좋으니 풋브레이크를 작동시켜가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6. '성능기록지' 꼭 제발 좀 챙겨보세요
사진은 열심히 보지만 애써 첨부된 중요문서는 안보게 되죠? 파워트레인의 상태는 성능점검기록부를 대충이라도 보면 꽤나 유의미하게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다른 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하더라도 아래를 참고해서 몇 개만이라도 챙겨보세요.
디젤 차량: 매연 측정 수치를 잘 보세요. 수치가 높을수록 DPF(매연저감장치) 상태가 불량하거나 엔진 컨디션이 나쁘다는 뜻입니다. 배기장치가 애먹이면 돈을 많이 먹을 수 있으니 매연은 소소익선, 무조건 숫자가 낮을수록 좋습니다.
LPG 차량: 배출가스 측정 결과를 확인하세요. 연소 상태가 좋은 차일수록 결과값이 0에 가까우니 디젤과 마찬가지로 소소익선 입니다. 적정값을 모르겠다? 그냥 연식 비슷한 차량들의 값을 비교해보시면 감이 올겁니다.
전기차(EV) 냉동탑차?: 차가 얼마건 차상태가 어쨌건 저는 비추입니다. 그냥 냉장냉동고 대용으로 사신다는 논리면 말리진 않겠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짧디짧은 주행거리에 많이 힘드실겁니다. 그냥 잊으세요.

7. 엔카에서 샀다
체크리스트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그런데 차는 어디서 사냐?' 물어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보여드리고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엔 여러 중고차 플랫폼이 있지만 저는 중고 냉동탑차 2대 모두 엔카를 통해서 구입했습니다. (사실 이전까진 엔카에서 화물차 파는 줄도 몰랐;;)
PC 기준으로 엔카 들어가서 상단 목록에 보면 '화물/특장'이 있고 그걸 누르면 화물차 종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냉동탑은 '윙바디/탑'을 누르면 나오는데 표준탑, 하이탑, 로우탑 등으로 다시 구분 됩니다.

표준탑은 가장 흔한 일반적인 모델, 하이탑은 인사 Hi !! 하는 탑이 아니라 표준보다 키가 큰 High 모델인데 적재공간 내부가 살짝 높아 작업성이 좋지만 본인이 배송가는 곳의 층고높이제한을 잘 고려하셔야 합니다. 승용차 들어가는 곳 다 따라가셔야 한다면 허리를 포기하고 LOW탑차를 구입하셔야 합니다.
당부의 말씀
이름모를 담당자여. 냉장탑 살까, 냉동탑 살까 하지 마시라. 냉동탑을 살살 트면 냉장탑이지만 반대는 안된다. 굳이 냉장탑 사야한다? 얻는 이점은 아주 약간 더 넓은 적재공간 뿐.
이름모를 담당자여. 냉동탑차를 운용하시는 개인사업자나 법인이시라면 가까운 냉동기 전문 업체에 반드시 거래를 터놓으시라. 중고차는 사는게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