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특집 전문가 칼럼 > [카레시피] 과연 엔진룸 물청소 해도 될까요?

[카레시피] 과연 엔진룸 물청소 해도 될까요?

혹시 세차장에서 엔진룸을 열고 물을 분사해 청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간간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를 보고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문적인 정비 지식이 없는 보통의 운전자의 경우 엔진룸을 열어서 건드리는 것 자체에 부담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엔진룸을 물로 청소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위의 이미지처럼 엔진룸 물청소가 필요할까요? 그리고 정말 해도 되는 걸까요?

엔진룸 청소의 필요성

엔진룸은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을 비롯해서 많은 전기장치와 복잡한 배선 커넥터들이 있는 공간입니다. 때문에 엔진룸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완전히 밀폐되어서는 안되는 공간입니다. 실제로 차량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라디에이터 그릴, 하부를 통해 공기가 순환되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각종 먼지들이 엔진룸 내부에 쌓입니다. 기름때가 굳어 지저분해지고 효율성까지 떨어지죠. 심할 경우 엔진룸에 쌓인 먼지가 실내로 유입되기도 합니다. 또한 비오는 날 비포장 도로를 주행하기라도 했다면 엔진룸 내부가 흙탕물로 오염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엔진룸도 1년에 한번 정도는 청소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엔진룸을 청소하면 엄청나게 더러운 기름때들이 흘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를 위해 물을 직접 분사해도 되는 걸까요?

엔진룸 내부는 기본적으로 방수처리가 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엔진룸은 완전 밀폐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우천 시 주행하면 일정량의 물이 유입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엔진룸 내부의 부품들은 주행 중 어느 정도의 수분 유입을 가정하고 방수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배터리 단자의 경우 부식에 강한 구리, 주석, 납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각종 커넥터들은 방수 커버링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남미/중동 쪽에서는 황사, 먼지로 인해 엔진룸을 물로 세차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때문에 글로벌 판매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차량들은 엔진룸을 고압세차해도 이상이 없는 수준으로 개발되며, 150bar 이상의 고압, 폭풍우, 눈길, 빗길 등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악의 조건을 테스트합니다.

그러므로 연식이 너무 오래되지 않았거나, 전장 배선에 이상이 있는 차가 아니라면 엔진룸을 물로 청소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엔진룸을 물로 청소하는 것은 침수차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는 과장된 얘기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엔진룸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정도로 침수되어도 관계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제품 방수 등급에서 IPX5/IPX6와 IPX7/IPX8의 차이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일반 사용자가 정말 엔진룸을 물로 청소해도 될까?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요령이 없는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직접 물청소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아무리 차량 내부에 방수 처리가 꼼꼼하게 되어 있더라도 연식이 오래되면서 전기계통, 배선에 불량이 생겨 수분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고압수의 압력으로 인한 물리적 파손입니다. 엔진룸 세척 시 수분으로 인한 문제 발생보다 강한 압력의 고압수로 인해 엔진룸 내부 부품이 물리적으로 충격을 받아 파열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세차장마다 고압수의 압력이 다르지만 100bar 이상의 고압수를 너무 가까이에서 한 부분에 수십초간 집중적으로 발사하게 되면 부품이 물리적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 전문가들이 엔진룸 세척하는 영상들에서 역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물을 골고루 뿌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가 엔진룸 물 세척하다보면 자칫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대부분의 차량의 취급 설명서에서는 일반 사용자가 직접 엔진룸을 물로 청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엔진룸 물청소, 해도 되지만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차량을 운행하다보면 엔진룸에는 필연적으로 오염 물질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장마철 시골길이라도 다녀오면 오염의 정도가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오염이 심하면 한 번씩은 청소해줘야 할 필요성은 분명합니다.

동시에 엔진룸에는 복잡하고 중요한 부품들이 많으므로 신중해야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엔진룸 물 세척을 직접 진행한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가이드를 확실하게 숙지한 후에 진행할 것을 권장합니다. 최소 온라인 상의 전문가의 엔진룸 세척에 관한 영상들을 본 후에 할 것을 권장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방법을 숙지하더라도 불완전할 수 있고, 불안할 수 있으므로 정비 지식이 있는 전문가에게 세척을 맡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의 경우 정비 노하우와 함께 다양한 클리너, 브러쉬, 스팀, 에어건 등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고 안전하게 세척이 가능합니다. 또한 엔진룸 세차는 자주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비용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왕한다면 전문적인 케어를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