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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시피] 이동의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다

어쩌면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2017년의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이런 얘기는 와 닿지 않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모빌리티 플랫폼, 라이드 셰어링 같은 단어는 멀고 낯설기만 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은 가장 급격하게 성장하는 분야입니다.

라이드 셰어링? 카 셰어링? 모빌리티 플랫폼?

모빌리티 플랫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라이드 셰어링을 알아야 합니다. 라이드 셰어링은 말 그대로 '이동'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택시 등의 교통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A에서 B지점으로 이동을 원하는 사람(수요)이 있고, A’에서 B’로 이동하는 사람(공급)이 있다면 둘을 매칭(플랫폼)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최근에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분들 중에는 여행 중 '우버'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바로 이 우버가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가 라이드 셰어링입니다.

비슷한 시기 높은 관심을 받았던 카셰어링은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차량을 관리하고 이동시키는 비용 역시 같이 증가하는 반면 라이드 셰어링은 플랫폼적인 성격 덕분에 임계치를 넘어가면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해 성장 잠재력이 훨씬 더 거대합니다.

이러한 라이드 셰어링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확장하면 A에서 B지점으로 이동을 원하는 사람에게 택시, 렌터카, 자전거 역시 연결해줄 수 있습니다. 최근 우버는 'Elevate'라는 이름의 항공 택시 서비스 계획까지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라이드 셰어링뿐만 아니라 더욱 종합적으로 최적화된 이동 수단을 수요자에게 매칭 시켜주는 플랫폼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의 성장

2009년에 최초로 설립되어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은 기업인 '우버'는 급격하게 성장하며 전 세계 100개 국이 넘는 곳에서 '이동의 방식'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버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봤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동의 수요와 공급을 매칭 시켜주는 플랫폼을 전 세계적으로 현실화한 기업으로서, 이미 기업 가치가 50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가 총액 합(약 55조 원)에 맞먹는 규모로 엄청난 평가입니다.

물론 최근 우버는 여러 가지 구설 수에 오르며 기업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평가된 (추정) 기업가치를 시장에 공개된 기업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분야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거기다 우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버의 막강한 경쟁 상대인 리프트는 최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으로부터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으며, 우버를 위협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 많은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블라블라카”가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가 무의식 중에 한 수 아래로 생각하는 아시아에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바일 인터넷의 나라라 불리는 중국에서는 디디추싱이 라이드 셰어링, 택시, 자전거, 시승 등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모빌리티 플랫폼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우버에 맞먹는 50~60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통한 이동이 보편화되어 있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에는 그랩, 고젝이, 인도에서는 올라가 이미 유니콘 기업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5월 골드만삭스는 모빌리티 플랫폼의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8배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하는 등 앞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더욱 다양한 신흥 강자가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무한한 가능성

2000년 대 들어 급격하게 성장한 스타트업들은 기존에 없거나 불가능했던 수요와 공급의 연결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주인과 여행객을 이어준 에어비앤비가 그렇고, 개발자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애플 앱스토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참여자가 증대할수록 플랫폼 가치가 급격히 증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이동을 원하는 수요와 다양한 이동 공급자 간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은 당연하고 거대한 흐름으로 보입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자율주행차가 조금씩 현실화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서는 이동과 관련된 다양한 운행 데이터가 필수적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다양한 운행 데이터를 모으기에 가장 적합한 모델입니다.

또한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됐을 때는 차량을 소유하는 효용은 줄어들어 시간, 장소가 완전히 개인화된 자율주행차를 호출하는 것이 보편화될 것이며 이럴수록 모빌리티 플랫폼의 사용 편의성은 증가할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버와 리프트 등 모빌리티 플랫폼들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반면 모빌리티 플랫폼이 성장하게 되면 차량의 판매는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완성차 회사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감지하고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대표적으로 GM은 자율주행과 차량공유로 전략 방향을 전환을 발표했습니다. GM은 리프트에 5600억 원을 투자하고 직접 카셰어링 업체 메이븐을 설립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글의 처음에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어쩌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공감이 가시나요?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건 왜 우리나라에서는 저러한 흐름을 느끼기 어려운지입니다. 한국은 허용된 것 외에는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로 인해 우버가 철수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풀러스 같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카풀을 기반으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으나 규제로 인해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반면 과거 미국은 인터넷 사업을 육성하면서 특별히 금지하는 것 이외에는 무엇이든 가능한 네거티브형 규제를 채택해 실리콘벨리의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또한 중국의 디디추싱이 우버와 맞설 수 있는 세계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정부의 선제적이고 선진적인 2016년의 '자동차 예약 서비스의 합법화'조치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늦기 전에 이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