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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 스팅어 2.0T AWD 1,000km 소감(Feat. G70 3.3T RWD)

“차는 일단 6기통부터죠. 그리고 꼭 후륜구동으로 사세요”.
제가 <카탈로그 읽어주는 형들>에서 가장 많이 지껄였던 소리입니다. 실제로도 차 살 때 위의 룰을 지켜왔습니다. 4기통과 6기통 엔진이 제공되면 당연히 6기통으로 고르되 사륜구동은 절대 선택하지 않았지요. 예컨대 지난해엔 제네시스 G70 3.3T 후륜구동형을 샀습니다. 훌륭한 자동차였습니다. 370마력 내뿜으며 뒷바퀴만 굴리는, 그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듯했죠. 특히 전자제어서스펜션(감쇠력 조절)과 LSD가 만족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스팅어를 사버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의 룰이 깨졌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6기통 3.3L 대신 4기통 2.0L 엔진을, 후륜구동 대신 사륜구동을 골랐기 때문. 댐퍼도 ECS의 G70와 달리 평범한 스틸 서스펜션 사양입니다. 차체가 커진 걸 빼면 거의 모든 면에서 다운그레이드 한 것입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스팅어 2.0T AWD 사양을 출고하고 1,000km 타 본 소감을 전합니다. 6기통과 후륜구동을 고집하던 사람이 4기통 사륜구동차를 어떻게 느꼈는지, G70하고 스팅어는 어떤 점이 다른지에 관해 몇 자 적어 보려합니다.

115마력 잃고 L당 2km쯤 연비 개선
G70와 스팅어에 들어가는 V6 3.3L 엔진은 터보차저 두 개 달아 370마력을 냅니다. 반응이 빠르고 디젤처럼 저속 토크가 좋습니다. 그냥 한마디로 말해서 파워풀합니다. 반면 2.0T 엔진은 터보차저가 하나뿐이고 255마력 밖에(?) 안 됩니다. 무려 115마력이나 낮고 토크도 16kgf·m 약한 거죠. 소형차 엔진만큼의 힘을 덜어낸 셈입니다.

다행히도 도심 출퇴근환경에서는 그 차이가 와 닿지 않습니다. 출고한 날부터 고급유를 넣어주고 있는 까닭인지 저속토크도 만족. 전에 시승했던 G70 2.0T(일반유 주유)는 발진이 답답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에 비하면 한층 가볍게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하지만 고속영역에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3.3T의 G70는 고속도로 제한속도의 2배 영역에서도 액셀 페달 밟으면 ‘즉답식’처럼 훅훅 나갑니다. 여유가 넘치지요. 마치 차가 아니라 엔진을 타고 다니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반면 2.0T는 그 영역에서 같은 행동을 해도 ‘무반응’에 가깝습니다. 3.3T가 발가락만 까딱거려도 튀어 나갔다면 2.0T는 발목에 힘을 주어야만 합니다. 이번 스팅어의 구매 목적에 스포츠 드라이빙은 없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만 이따금 3.3T의 폭력적인 파워가 그리울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3.3T도 단점이 있습니다. 연비지요. G70를 1.3만km 타는 동안 누적 9.5km/L 나왔었는데요(평소 운전 매우 살살함). 같은 환경에서 스팅어 2.0T는 12km/L 나오고 있습니다. L당 2.5km 더 가는 거죠.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차이인데요. 연료통 60L 채우고 150km 더 간다고 생각하면 큰 거 같고, 출력 차이에 비하면 또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편 4기통 특유의 진동과 소음에 대한 걱정은 쓸 데 없는 일이었습니다. G70 2.0T도 그랬었는데 스팅어도 마찬가지네요. 고회전을 돌리지 않는다면 4기통인지 6기통인지 알아채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만큼 방음과 진동 대책이 우수합니다. 지난 주말에 친구를 태워주었더니 엔진음만 듣고는 3.3T 모델인줄 알더군요. 나중에 2.0T라고 말해주었더니 “왜 4기통의 딸딸거리는 소리가 안 나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만큼 엔진룸-캐빈룸 간의 방음이 매우 우수합니다. 엔진 자체는 시끄러울지언정 안에서는 다 걸러준다는 거죠.
다만 4,000rpm 이상 엔진을 돌리면 아반떼에서 들릴 법한 사운드가 실내를 채웁니다. 2.0T는 3.3T 대비 언더파워이기 때문에 3.3T보다 고회전 쓸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약점이 한껏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AWD와 RWD는 취향의 영역
AWD(사륜구동)는 끝까지 넣고 싶지 않았던 옵션입니다. 사륜구동의 안정감이라고 하는 것들이 저에게는 ‘둔하고 무거우며 재미 없는 것’으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빗길에서 후륜차가 위험하다? 그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운전-특히 가속 페달 다루는 섬세함-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눈길도 결국은 구동방식보다는 윈터타이어 장착 유무가 주는 영향이 크지요. 이런 논쟁은 이제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사륜구동차와 후륜구동차의 선택은 취향의 영역으로 가고 있는 듯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WD 버전을 산 이유는 간단합니다. 후륜차 재고가 없었어요. 제가 원했던 딥크로마 블루+브라운 내장 조합은 사륜구동 뿐이었습니다. 후륜차를 사고 싶다면 흰색이나 검정을 사야만 했는데, 저는 꼭 딥크로마 블루 컬러가 갖고 싶었습니다. 한데 거기에 함께 따라오는 AWD가 문제였던 겁니다. 아예 차 자체를 사지 말까 고민할 정도로 사륜구동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잘 찾아보니 이런 정보가 있더군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구동 배분율이 다르다는 사실.
구체적으로 컴포트 모드는 앞뒤 토크 배분이 50:50~40:60, 스포츠 모드는 20:80, 에코 모드에서는 10:90인 것이었습니다. 즉 구동배분율을 에코로 둔다면? 거의 후륜구동에 가깝게 탈 수 있는 거였죠. 그렇다 한들 주행모드 자체를 에코에 두면 스로틀 반응이 너무 느려집니다. 변속도 빨리 고단 물어버리면서 엔진 회전까지 낮게 쓰니 영 답답합니다.

다행히 스팅어에는 커스텀 모드가 있습니다. 여기서 AWD를 개별 설정 가능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방식을 쓰기로 합니다. 커스텀 모드에서 AWD를 에코(구동배분 1:9)로, 나머지는 컴포트로. 이렇게 타면 사륜차 특유의 무거운 느낌이 거의 없어집니다.
체감 상 AWD가 컴포트(5:5)일 때는 2톤 넘는 차를 모는 것처럼 둔중합니다. G80 주행감과 비슷하죠. 반면 AWD를 에코(1:9)로 두면 200kg은 덜어낸 듯 경쾌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체감이 될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깜빡하고 AWD를 컴포트에 두면 주차장 빠져나갈 때부터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차가 무겁다고.
근데 여러분, 저처럼 이렇게 후륜차 좋아하는 분들은 그냥 후륜구동 버전으로 사세요. 매번 주행모드 다이얼 돌려가며 구동배분 바꾸기도 귀찮잖아요. AWD 값도 비싸고. 스팅어 마이스터 2.5T의 경우는 AWD 선택 시 리어 디퍼렌셜의 차동제한장치가 삭제되기도 합니다. 이런 연유로부터 더욱 후륜구동 ‘강추’합니다. 3.3T도 마찬가지예요. 후륜구동형의 핸들링이 한껏 산뜻합니다. 앞바퀴는 조향을, 뒷바퀴는 구동을 각각 전담하는 자동차. 그게 진정한 카마니아의 자동차 아니겠습니까.

회두성, 가벼운 노즈, 약화된 언더스티어
지금까지의 얘기만 보면 이번 구매에 대해 후회로 가득해 보이지요. 실제로 도로에서 G70 3.3T를 보면 막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한데 스팅어의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확실히 노즈가 가볍습니다. 3.3T 대비 블록이 작고, 묵직한 터빈도 한 개 빠졌고, 컨로드와 피스톤도 두 개나 없으니까요.
G70보다 언더스티어가 적은 것도 장점입니다. 가벼운 프론트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타이어가 이유인 거 같아요. G70과 스팅어의 3.3T 모델은 앞에 폭 225mm, 뒤 255mm 타이어를 신고 나오는데요. 이 때문에 후륜구동차임에도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스팅어 2.0T는 앞뒤 공히 225mm짜리 타이어가 달립니다. 스퀘어 세팅인 거죠. 이 덕에 코너 안쪽을 찌르는 맛이 한층 강합니다. G70 3.3T에서 지긋지긋했던, 머리가 밀려나는 느낌이 거의 없어졌어요.

출고를 돌아보며
스팅어 마이스터가 나온다는 걸 알고도, 베이스 모델이 2.0T에서 2.5T로 변경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 차를 산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싸서였어요. 제 경우 8% 할인을 받아 세금까지 포함해 4,000만원 아래로 맞출 수 있었습니다. 후륜구동 베이스 AWD 구동계, 터보차저 엔진, 고속도로 주행보조를 포함한 풍성한 편의장비를 품고도 앞자리가 ‘3’이라니! 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싸서 산 겁니다.
이 가격에서 살 만한 차는 그랜저 3.3 정도가 떠오르는데 그건 싫었어요. 나이가 들면 타기 싫어도 타게 될 것 같았어요. 매일마다 함께하는 출퇴근용 자동차로서 최소한의 운전재미는 있었으면 했는데 그 부분을 채워줄지도 의문이었죠.

반면 스팅어는 달랐습니다. 편하고, 크고, 운전재미도 있고, 가격도 괜찮았죠. 무엇보다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이따금 나쁜 짓도 일삼을 것 같은 특유의 이미지가 좋아요. 초기 마케팅 때문에 퍼포먼스 카로 이미지 메이킹 되어 있지만 스팅어의 가치는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랜저나 쏘나타는 고루하다고 느끼되 여타 스포티한 차들은 부담스러운 분들. 그런 이들에게 먹혀들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3.3도 아니고 후륜구동도 아니어서 얼마나 타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일 1만km 넘게 보유하게 된다면 그때는 롱텀 2편을 적어보겠습니다. 암튼 이거 은근한 매력이 있는 차예요. 그게 2.0이든 3.3이든, RWD든 AWD든 말이죠.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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