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메르세데스-벤츠의 E세그먼트 쿠페, CLE클래스가 정식 출시되었다. 기존 메르세데스-벤츠의 C와 E쿠페를 통폐합하는 차종이다. C클래스처럼 날렵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면서도, 크기는 기존 E클래스 쿠페 급으로 넓고 길게 파생된다. 2도어 쿠페에 있어 크기는 2열 거주성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겠지만, 우선시된다고 볼 수 있는 매끈한 디자인 측면에서 이상적이다. 기존처럼 세단 모델의 파생형이 아닌 오직 2도어 '쿠페'로만 기획된 차종인 만큼 더욱 매력적이고 본질적인 디자인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CLE클래스는 2023년 3분기에 공개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메인스트림 모델들이 공유하는 후륜구동 아키텍처 MRA2를 통해 개발된다. 외관은 엔트리 쿠페라고 볼 수 있는 CLA클래스의 전면 디자인과 유사하고, 실내 디자인은 C클래스와 공유하는 레이아웃을 지닌다. 기존 E클래스 쿠페와 같이 CLE 클래스도 소프트탑 카브리올레 트림이 파생되어 있다. 2024년 1분기, CLE클래스가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되었고 추후 CLE 카브리올레와 CLE53 AMG가 시판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철학 '감각적인 순수미'가 가감 없이 표현된 외관이다. 최대한 전면부로 돌출된 육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롭게 자리 잡은 헤드램프가 공격적인 자세를 갖춘다. 그리고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매끄러운 루프라인이 역동적이고 우아한 실루엣을 형상화한다. 앞뒤 펜더를 강조하는 캐릭터라인과 움푹 패어있는 로커패널의 형상이 차체 볼륨을 살린다. 후면 부는 전면부와 다르게 라운드 스타일의 감각으로 우아함을 자아내고, 테일램프 그래픽과 에어 아웃렛, 듀얼 머플러 팁과 같은 장식 요소로 멋을 더했다.

전통적으로 쿠페는 세밀한 디자인 요소보다도 전체적인 차체 윤곽선에 매력이 있어야 했다. 그런 측면에서 CLE클래스의 비율은 정말 이상적이다. 어설픈 실용성보다도 스타일링에 집중한 모습일 것이다. 실물로 보면 최대한 전면부를 낮게 깔았고 서서히 상승하는 프로필은 물론, A 필러에서 범퍼 하단까지 포물선을 그리는 차체 윤곽선이 특징이었다. 그렇다고 디테일이 아쉽지도 않다. 그릴 메시의 삼각별 엠블럼도 세심하고 공격적인 범퍼는 입체적으로 교차된다. 보닛에는 파워돔 라인이 강조되며 리어펜더의 주름은 숄더 라인을 최대한 넓어 보이게 만든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디지털 감성이 확고하다. 증강현실 기반의 HUD와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그리고 11.9인치 크기의 LCD 센터 스크린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터빈 형상의 에어벤트와 메탈 스트럭처 센터 콘솔, 그리고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가 상당히 화려하다. 함께 라인 우드 트림 패널이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고급감을 자아낸다. 칼럼 레버 방식의 변속기가 더욱 깔끔한 실내를 구현하며, AMG 라인 D 컷 스티어링 휠은 안정적인 그립감을 지녔다.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과 멀티 컨투어 시트, 차세대 MBUX 등 옵션 사항이 풍부하다.

생각 이상으로 2열 공간도 편리했다. 시트 포지션이 크게 어색하지 않았고, 각도가 누워져 있다 보니 예상보다 헤드룸이 넓어진다. 워낙 축거가 길다 보니 레그룸도 딱히 답답하지 않았다. 물론 시트 폭이 좁은 편이라 4시터 구조다. 편의 장비로 에어벤트와 컵홀더가 있었고, 시트 양측에는 트레이 형식의 수납공간이 있다. 그만큼 신체 공간에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트렁크는 평탄하게 마감되어 있으며 깊이감도 있다. 매트 하단에도 추가 공간이 있으며, 2열 시트를 폴딩 하여 공간을 확장할 수 있었다.

CLE450 4MATIC에는 3.0L급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변속기는 9단 토크컨버터, 또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기본이라서 출력과 연비 모두 증강되었다. 제로백이 4.4초로 상당히 민첩한 출력이며, 전자식 4륜 구동을 통해 네 바퀴의 구동력을 확보한다. 전장이 길어졌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2.5도 후륜 조향 기능이 탑재되며, 다이내믹 바디 컨트롤 서스펜션은 주행 상황에 맞게 네 바퀴의 댐핑력에 대한 독립 제어가 가능하다고 하다. 덕분에 기민하고 날카로운 코너링과 고속에서의 주행 안정성을 모두 확보했다.

럭셔리 쿠페 시장은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동향이다. 여러 요인이 있다. 대중형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 대비 2도어 쿠페는 수요가 제한적이다. 함께 쿠페형 세단과 SUV라는 크로스오버들이 출시되면서 잠재 수요마저도 이탈되는 상황이다. 전동화로 인해 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2도어 쿠페라는 장르를 놓지 않는다. 그리고 CLE클래스의 전략은 더욱 쿠페 다운 모습을 지향하는 것이다. 최신 메르세데스의 곡선적이고 매끄러운 스타일링에 쿠페 본연의 미학적인 비율은 다수 소비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