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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딱 한 대 팔렸다고? 카렌스가 걸어온 길

2018년 10월 국산차 내수 판매 수치가 나왔습니다. 추석 연휴로 판매량이 줄었던 9월보다 전반적으로 잘 팔린 모습입니다. 내수 판매 꼴등은 쉐보레의 올란도와 캡티바가 차지했습니다. 판매량 0대... 단종된 차라서 당연히 판매도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그 다음은 기아자동차의 카렌스입니다. 10월에 딱 한 대 팔렸습니다. 잠깐! 카렌스 아직도 팔고 있나요?

사실 카렌스는 단종되었습니다. 지난 7월을 마지막으로 기아차 광주공장의 카렌스 생산라인은 모두 멈췄습니다. 10월쯤에는 기아자동차 홈페이지에서도 사라졌습니다. 1999년 1세대의 출시로부터 20년간 7인승 MPV의 대표 모델로 통했던 카렌스의 슬픈 결말입니다. 지난 달의 한 대 판매도 7월까지 생산된 재고차들 중 마지막 생산분으로 추정됩니다.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는 카렌스, 어떤 차였을까요? 이번 콘텐츠는 20년간 함께한 카렌스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카렌스(코드명: RS, 1999년~2006년)
: 경제성을 강조한 소형 미니밴, 시대를 잘 타고난 1세대

초대 카렌스는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6월에 나왔습니다. 기아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1.8L LPG 엔진(T8D)을 얹었죠. 나중에는 힘을 끌어올린 베타 2.0 LPG 버전도 나왔습니다. 강점은 저렴한 유지비였습니다. 당시 경제 위기로 한창 유류비에 민감할 때여서 큰 인기를 끌었죠. 아울러 당시에는 7인승 승합차로 분류돼 자동차세도 저렴했습니다. 준중형인 세피아 플랫폼을 써서 실내 공간도 넓었습니다. '거실이 카렌스로 들어왔다', '내 집처럼 편안한 차'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카렌스의 성격을 암시합니다.

2002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내외관을 손봐 ‘카렌스Ⅱ’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습니다. 2.0L 디젤 엔진도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생산이 중지되었습니다. 배기가스 총량제가 시행되어 법규 상 승용 디젤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 판매를 이어나갈 방법이 있었습니다. ‘프레임 보디거나 4WD, LSD와 같은 험로 주파 장치를 달거나, 9인승 이상인 차량’에 한해 판매가 가능했죠. 그래서 기아는 카렌스Ⅱ에 LSD를 달고 지상고를 살짝 높여 ‘엑스트랙’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했습니다.

초창기 모델부터 엑스트랙까지 많은 인기를 누린 1세대 카렌스. 총 생산량은 63만7197대로 역대 카렌스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남았습니다.

 

2) 뉴 카렌스(UN, 2006년~2013년)
: 그럭저럭 잘 팔린 2세대, 초기형 디자인은 왜 그랬어?

1세대와 이름만 같고 전부 뜯어 고친 차입니다. 뼈대는 중형차인 로체의 것. 이로써 휠베이스가 130mm 늘어남에 따라 실내공간이 더욱 넓어졌습니다. 엔진도 바뀌었습니다. 주력은 2.0L LPI(세타) 엔진. 2.0L 디젤(VGT)도 있었으나 LPG 판매가 절대적이어서 판매가 많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2.0L 가솔린(세타)으로 대체시켰지요.

초기 버전은 유럽 수출형과 앞모습이 달랐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범퍼 형상을 달리해 내외수 차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죠. 유럽형과 완전히 동일한 앞모습을 지니게 된 건 2008년형부터. 기아자동차 부사장인 피터 슈라이어 영입 이후에는 2011년형 카렌스를 내놓으면서 라디에이터 그릴에 ‘호랑이 코’로 일컬어지는 패밀리룩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2007년 GM대우의 레조가 단종되며 한때 7인승 MPV 시장을 독식하던 뉴 카렌스. 인기는 1세대만 못했습니다. 중형차 사이즈가 커지기 시작했던 때이기도 하고 카니발의 인기가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2006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의 총 생산량은 총 42만1788대. 1세대보다 66% 줄었지만 여전히 기아차의 효자 모델이었습니다. 이때까지는요.

 

3) 올 뉴 카렌스(코드명: RP, 2013~2018년)
: 코드명 RP 사이에 알파벳 ‘I’가 빠졌나요?

3세대 카렌스는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였습니다. ‘유럽형 미니밴’을 타겟으로 유럽 시장에 먼저 선보인 모델이지요. 디자인부터 1, 2세대와는 다릅니다. 본넷이 짤막한 ‘캡 포워드 디자인’에 곡선을 많이 넣은 승용차 감각입니다. 주력은 역시나 2.0L LPI(누우), 1.7L 디젤(U2) 모델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기대보다 좁다는 거예요. 3세대는 중형차 플랫폼을 썼던 2세대와 달리 준중형 세그먼트인 씨드(Ceed)의 뼈대를 활용했습니다. 2세대보다 휠베이스를 늘였다지만 실제로 7명이 타기에 비좁았죠. 아울러 초창기 디젤은 7인승 버전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경유 가격이 하락할 때여서 디젤 수요가 늘어날 때였는데 말이죠. 따라서 라이벌인 쉐보레 올란도 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6년 7월에는 ‘더 뉴 카렌스’라는 이름을 내걸고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외관을 손보고 등급을 단순화시킨 게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미 판매는 올란도쪽으로 기운 상태. 카렌스는 올란도보다 실내가 좁아 주목받지 못했습니다.판매량은 점차 줄어들었고 결국 2018년 7월, 카렌스는 20년 역사를 마감했습니다. 3세대 카렌스의 총 생산량은 21만5409대. 역대 카렌스 중 가장 조금 팔렸습니다.

카렌스, 이제 볼 수 없나요?
신차로서는 당분간 불가능합니다. 단산된 지 3개월 차에 접어들었으니 재고차도 거의 바닥 난 상태입니다. 기아측에 따르면 4세대 카렌스 개발 계획은 없다고. 대신 카렌스 후속 개념으로 소형 SUV(코드명: SP2)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20년동안 유지해온 이름이 일순간 사라지는 순간이네요.

대신 중고차로서는 여전히 가치가 높습니다. 엔카닷컴 시세 데이터에 따르면 올 뉴 카렌스의 평균 시세는 1,200만원 정도입니다. 신차 대비 1,000만원 가까이 감가가 이뤄진 거죠. 비슷한 연식의 올란도보다 확실히 저렴해 장점이 있습니다. 아울러 품질 문제도 올란도에 비하면 안정적인 편. 따라서 경제적인 가족용 미니밴을 찾으시는 분은 카렌스도 살펴 보세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모델이지만 생각보다 상품성이 좋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