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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전 막대가 LCD를 품다, 스티어링 휠의 모든 것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가려는 방향을 자동차에 전하는 일을 한다. 시작은 그렇게 단순했다. 하지만 점차 많은 기능이 더해졌다. 오디오나 공조장치를 조작할 수 있고 변속 타이밍을 알려주기도 한다. 스티어링 휠의 이런 진화는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데에 가치가 있다. 비주얼과 재미는 덤이다.
글 l 고석연 기자


지난 130여 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해 왔던 자동차. 달리고, 서고, 선회하는 일련의 움직임만 그대로일 뿐 많은 게 발전하고 바뀌었다. 하지만 유독 스티어링 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기분이다. 크기는 두 뼘쯤 되고 모양은 도넛 닮았다. 좌우로 돌려 차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본질적인 기능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운전대도 많은 진화를 겪었다. 예를 들어 주행 중 전화가 오면 자연스레 운전대의 버튼을 눌러 통화하지 않은가. 음악 켤 때도 운전대에서 손을 뗄 필요가 없다. 모드 버튼 누르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 달린 기능에 익숙해 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페이턴트 모터바겐

‘어이’가 있네? 최초의 자동차 운전대

우리는 1886년 칼 벤츠(Karl Benz)가 만든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을 최초의 자동차라 말한다. 이전에도 비슷한 탈거리가 여럿 만들어졌지만 기록상 최초는 벤츠가 가져간다. 그렇다면 그 차에는 오늘날의 것과 닮은 스티어링 휠이 있었을까? 스티어링 휠 대신 맷돌 손잡이처럼 생긴 막대가 있을 뿐이다. 포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티어링 칼럼에 수직으로 연결된 막대 하나가 전부다. 막대를 좌·우로 움직이면 기둥이 회전하고, 피봇 형태로 바퀴를 움직였다. 운전대의 시초는 이런 모습이었다.


Ford


First model T

기본은 동그라미에서 시작

기술의 발전은 불편을 편리로 바꾸면서 시작될 때가 많다. 작은 막대기 하나로 된 운전대로 방향을 바꾸려면 많은 힘이 필요하고 정교한 제어도 쉽지 않다. 아마도 차를 움직이기에 여간 불편했을 것이다. 때문에 운전대 역시 최초의 자동차가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림(Rim)타입으로 진화했다. 정확히 이때부터 '스티어링 휠'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원은 중심축을 기준으로 회전을 해도 각도에 상관없이 모양이 변하지 않는 유일한 도형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는 동일한 그립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두 손을 써서 힘을 전달하기에도 유리하다. 지금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은 걸 보면 이상적인 형태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쓰는 기능부터 넣어볼까?

‘빵빵이’로 불리는 경음기(혼 또는 클랙슨) 도입으로 스티어링 휠은 무한 업그레이드를 시작한다. '아재'라면 현대차의 1세대 그랜저를 기억할 것이다. 이 차 스티어링 휠에 탑재된 오디오 조작 버튼은 가히 혁명에 가까운 충격이었다. 운전대 6시 방향에 가지런히 정렬된 오디오 스위치는 그야말로 아빠들의 로망이었다. 물론 지금의 것들과 비교하면 운전대 스포크와 버튼의 위치가 사뭇 생소하다.

오디오 콘트롤러를 뒤이어 크루즈 콘트롤과 속도 제한 설정 버튼들이 차례로 탑재된다. 자동변속기의 보급과 함께 따라온 기술들이다. 이후에는 블루투스가 퍼지면서 스마트폰과 연결해 통화하는 버튼들이 추가됐다. 이제는 스위치에 다이얼 방식도 추가됐다. 일부 브랜드는 터치 방식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정보를 보여주는 똑똑한 스티어링 휠

BMW M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에는 작은 정보창과 LED 인디케이터가 탑재된다. 12시 방향 LCD 창에는 냉각수 온도, 오일 온도, 연비, 횡가속도 값을 선택해 상시 볼 수 있다. 레이스 모드로 바꾸면 랩타입 측정, 구간거리 스톱워치, 최대속도, 평균속도 등의 다양한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다. 시선의 각도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LCD 정보창 양 옆에는 LED 인디케이터도 위치한다. 그린, 옐로, 레드 색깔 구성되어 있으며, 운전자가 원하는 변속 타이밍 즉, 엔진 회전수를 설정해 놓으면 게이지가 변하는 형태로써 신호를 준다. 구간 거리 당 시간을 측정할 때는 LED 불빛이 레이스 경기장의 출발 신호를 재현하면서 보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달리기에 집중 , 모든 기능을 한 곳에

수퍼카 범주의 페라리 스티어링 휠은 명성만큼이나 화려함을 자랑한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운전자의 집중력도 최고로 요구된다. 때문에 잠시라도 한눈 팔면 위험해진다. 이는 시동을 거는 행동부터 시작된다. 페라리는 운전대 좌측 빨간 버튼으로 엔진을 깨운다. 스티어링 휠 잡은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방향 지시등을 켤 수도 있다. 클랙슨도 운전대 가운데가 아닌 엄지손가락으로 울릴 수 있다. 주행과 직접 관련된 기능 대부분을 스티어링 휠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행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마네티노(Manettino) 다이얼은 페라리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상황에 따라 WET, SPORT, RACE, CT OFF, ESC OFF를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서스펜션의 감쇠력, 심지어 윈도 와이퍼도 조작할 수 있다. 이 모든 기능을 스티어링 휠 스위치로 제어할 수 있다니 운전대 값만 해도 만만치 않을 거다.


스티어링 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자율주행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어떤 국가에서는 법과 규제가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이니 실감할 만하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점령하는 건 결국 시간 문제다. 그때가 되면 일반 도로에서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하는 행위가 불법이 될지 모른다. 이처럼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에 시대가 도래하면 운전대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물론 예외도 있다. 모터스포츠 영역이다. 브랜드의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드라이버 스킬이 강조되는 모터스포츠에서는 조작을 위한 스티어링 휠이 필수다. 때문에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를 점령하는 시기가 찾아와도 스티어링 휠까지 멸종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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