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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형아들 주목! 추억 속 JDM (하편)

[아재 형아들 주목! 추억 속 JDM] 두 번째 이야기. 지난 상편에 이어 일제 스포츠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나머지 모델들을 짚어 본다. 우선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부터.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랜서 에볼루션’은 랠리 대회인 WRC(월드랠리챔피언십)를 위해 태어났다. 첫 데뷔는 1992년. 당시 WRC 그룹A 랠리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따라야 했다. 그 중 하나가 ‘연간 최소 2,500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이를 위해 미쓰비시는 준중형급 모델인 랜서를 손봤다. ‘란에보’의 시작이었다.

1세대 랜서 에볼루션은 2.0L 가솔린 엔진에 터보를 달았다. 수치 상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1.5kg·m의 힘을 네 바퀴에 전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230km에 달했다. 엔진 코드네임은 4G63. 랜서 에볼루션의 상징으로 통했던 시리우스 엔진이다. 등급은 GSR과 GR 두 가지가 있었다. 그 중 GR은 살 빼고(70kg 경량화) 다판 클러치식 LSD를 달아 코너링 성능을 끌어올렸다. 랜서 에볼루션 Ⅰ은 2,500대 한정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입소문으로 타고 판매 개시 이틀 만에 모두 팔렸다. 이후 2,500대를 추가 생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세대를 거듭하며 성능도 좋아졌다. 3세대는 터보 래그를 줄이는 미스파이어링 시스템을 탑재해 1996년 WRC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다. 4세대는 액티브 요 컨트롤(AYC)을 적용해 코너링 성능을 끌어올렸다. 이로써 2년 연속 WRC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미쓰비시 WRC 팀의 전성기를 이끈 모델은 5세대다. 랜서 에볼루션 Ⅴ는 고질병이었던 브레이크와 타이어 문제를 해결했다. 헬리컬 기어 LSD로 운동성도 키웠다. 최고출력은 4세대와 같았다(280마력). 대신 최대토크는 38.0kg·m까지 높였다. 이로써 3년 연속 WRC 챔피언을 달성했다. 동시에 WRC 제조사 챔피언도 따내 세계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버전(랜서 에볼루션 Ⅹ)은 2007년에 나왔다. 휠베이스는 늘이고 차고를 낮췄다. 주행성을 좋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존 시리우스 엔진이 아닌 4B11 엔진을 탑재하고(현대 세타 엔진과 뿌리가 같다) 차체 무게도 선대 모델보다 늘어나 팬들의 반발이 심했다. 결국 2014년, 미쓰비시는 랜서 에볼루션 단종 소식을 전했다. 표면적으로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정적으로는 안 팔려서일 터다. 이후 2016년 3월, 랜서 에볼루션 Ⅹ 파이널 에디션을 마지막으로 란에보 역사는 끝났다.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


과거 미쓰비시와 스바루는 라이벌로 통했다. 무대는 WRC(월드랠리챔피언십)였다. 스바루는 1980년대 말부터 ‘레거시 RS’로 랠리에 도전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91년에는 대회 규정이 바뀌어 출전조차 할 수 없었다. 스바루는 새로운 규정에 맞춰 모델을 바꿔야했다. 1992년 ‘임프레자’가 탄생한 배경이다.

첫 번째 임프레자(GC) WRX는 EJ20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복서 엔진’으로 일컬어지는 수평대향 엔진으로써 최고출력 240마력의 힘을 냈다.기본기도 탄탄했다. 무게중심이 낮은 수평대향 엔진 덕에 선천적으로 운동성이 좋았다. 보태어 전륜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과 LSD로 비포장도로에 특화됐다. WRC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1995년부터. 1995 WRC 드라이버즈 챔피언과 제조사 챔피언을 동시에 따내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인기 있었던 모델인 만큼 여러 버전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모델은 '22B STi'이다. 22B STi는 1998년에 나온 한정판이다. 스바루 40주년과 3연속 WRC 제조사 타이틀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름에서 ‘22’는 2.2L 엔진을 뜻한다. 배기량을 키워(기존 2.0L) 최고출력이 276마력으로 올랐다(실제로 측정하면 300마력을 웃도는 엔진으로 유명했다). 늘어난 차폭, 높다란 스포일러, 2도어로 외형 상 기본형과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무엇보다도 임프레자 랠리카 버전을 일반 도로용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 임프레자(GD)는 2000년에 등장했다. 8년만에 풀 모델 체인지가 되었지만 파워트레인은 1세대 것을 대부분 이어 받았다. 대신 신규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체 강성을 높이고 개선된 6단 수동변속기를 달아 운동성이 좋아졌다. 하지만 WRC에서의 성적은 90년대만 못했다.
2007년 출시한 3세대 임프레자(GE) 역시 WRC에 뛰어들었지만 시트로엥과 포드에 밀려나고 말았다. 결국 2009년, 스바루는 WRC를 떠났다. 한편 단종된 랜서 에볼루션과 달리 임프레자는 현역으로 달리고 있다. 현재 판매중인 모델은 2016년 출시된 5세대(GK). 2014년부터 임프레자와 WRX를 갈라놓으면서 독자 모델로 거듭났다.

 

토요타 수프라


토요타 대표 JDM은 ‘수프라’다. 1970년대 말, 닛산 페어레이디 Z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토요타 측에서도 ‘6기통 엔진 스포츠카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첫 번째 수프라는 2세대 셀리카 리프트백 모델(A40)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대신 차체를 키우고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셀리카와 차별화했다. 처음부터 수프라라는 이름을 단 건 아니다. 초창기는 셀리카 XX라는 엠블럼을 달고 셀리카의 고급형으로 판매됐다.

본격적으로 수프라 이름표를 단 건 2세대부터다. 1981년 데뷔한 수프라(A60)는 일본 내수 버전은 셀리카 XX, 수출용은 셀리카 수프라로 팔렸다. 2세대부터는 본격적인 스포츠카로 거듭났다. 직선 중심으로 디자인한 보디와 리트렉터블 헤드램프가 인상적이었다. 엔진은 2.0L와 2.8L 두 가지가 존재했다. 그 중 유럽 전용 버전인 MA61 엔진은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23.5kg·m의 힘을 냈다.

MA70 엔진으로 업그레이드 된 3세대(A70)는 과급기를 달았다. 이로써 최고출력이 235마력으로 올랐다. 보태어 모모 스티어링 휠, 레카로 시트, 대용량 인터쿨러, 토센 LSD 등 달리기를 위한 아이템도 갖추기 시작했다. 레이싱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도 3세대부터다. 일본 투어링카 챔피언십(JTCC)을 통해 데뷔한 A70은 호주 투어링카 챔피언십(ATCC)에서도 활약했다.

4세대 수프라(A80)는 1993년 태어났다. 수프라 역사상 가장 성공을 거둔 모델이다. 엔진에 따라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첫 번째는 SZ다. 6기통 3.0L 자연흡기 엔진(2JZ-GE)을 달아 최고출력 220마력, 최대토크 29.0kg·m의 힘을 냈다. RZ는 여기에 터보차저를 두 개 달았다(2JZ-GTE). 이로써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276마력, 43.9kg·m까지 끌어올렸다. 수치 상 출력보다도 엔진 자체의 평가가 좋았다. 코드네임 2JZ 엔진은 마니아 사이에서 내구성이 좋기로 유명했다. 미국의 몇몇 튜너들은 1,000마력짜리 2JZ 엔진을 선보이기도 했다.

수프라는 2002년 배기가스 규제 물살을 타고 단종됐다. 그리고 17년만에 다시 부활했다. BMW Z4(G29)와 함께 개발한 5세대 수프라(A90)다. 엔진은 그대로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 335마력, 최대토크 50.5kg·m으로 전작보다 빠르다. 하지만 2JZ의 후속이 아닌 BMW의 B58 엔진을 썼다는 이유로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에디터가 꼽은 또 하나의 JDM: 닛산 실비아


‘실비아’라는 이름에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다수 마니아들은 하얀 타이어 연기를 내뿜으며 옆으로 달리는 S15를 떠올릴 것이다. 단종된 지 17년이나 흘렀지만 드리프트 무대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실비아도 매력적인 JDM이다.

실비아는 오랜 역사를 지녔다. 데뷔는 1964년 도쿄 모터쇼에서다. 디자인은 토요타 2000GT를 만든 알브레히트 괴르츠가 손봤다. 첫 번째 실비아는 1968년 단종 때까지 550여대만 생산됐다. 이후 1975년 등장한 2세대(S10)부터 본격적으로 코드네임 ‘S’를 달았다. 디자인은 당시 유행하던 미국 머슬카의 영향을 받아 패스트백 형태였으며 3세대(S110)부터는 쿠페 모델도 생겨났다.

실비아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5세대(S13)부터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이니셜 D>를 봤다는 증거다. 극 중 이케타니 코이치로의 자동차로 등장하는 모델이다. 만화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당시로서는 꽤 훌륭한 자동차로 꼽혔다. HICAS-Ⅱ로 일컬어지는 사륜 조향 시스템,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당시에는 꽤 신선한 조합이었다), 비스커스 타입 LSD를 탑재해 코너링 성능이 좋아졌다.

엔진에 대한 좋은 평가도 이어졌다. 초기형은 4세대(S12)의 1.8L CA18DE/CA18DET를 썼지만 후기형부터는 2.0L SR20DE/SR20DET가 탑재됐다. 내구성 좋기로 소문난 닛산 SR엔진이 처음으로 적용된 모델이었다.

실비아는 7세대(S15)까지 이어졌다. 6세대(S14)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크기를 줄이되 밸런스를 끌어올려 호평 받았다. 5세대(S13)부터 이어진 SR엔진도 성능을 거듭 개선시켰다. 과급기를 단 SPEC-R의 경우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28.0kg·m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2002년 8월,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를 통과하지 못해 단종을 맞이했다. SR엔진의 명성도 실비아와 함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