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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싶다...랜드로버 디펜더 007 에디션

“The wait is over”

1년이 넘는 기나긴 기다림이 끝났습니다. 드디어 오는 29일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영화 '노 타임 투 다이'가 개봉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작년 4월에 개봉했어야 했던 영화죠. 더블 오 세븐의 오랜 팬으로서 정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영국)자동차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도 또 다른 기쁜 소식도 있습니다.

애스턴 마틴의 DB5는 물론 이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영국(에 뿌리를 둔) 자동차가 노 타임 투 다이에 출연합니다. 그 차는 바로 랜드로버 디펜더입니다. 'TMI'지만 레고로 두 모델을 따로 소장할 만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글은 전적으로 사심에서 시작했고 좋은 것만 이야기하려고 하니 불편하신 분들은 지금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지난해 2월 공개된 007 노 타임 투 다이 촬영 리허설 영상을 살펴보면, 정말 디펜더를 막 굴립니다. 점프로 시작해서 한 바퀴 구르기로 끝납니다.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겠으나, 디펜더의 헤리티지와 특성을 잘 살려 험난한 지형에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동시에 도회적이고 세련된 제임스 본드와 각지고 투박한 디펜더와 조합은 괜찮을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당시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리 모리슨은 디펜더를 두고 “(자동차 추격 신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흥분(Maximum excitement)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밀어붙였다"라며, “관객들이 노 타임 투 다이에서 기대하는 엄청난 추격 시퀀스를 만드는 데 있어 우리가 타협하지 않았음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재규어 랜드로버에서 비히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닉 콜린스 전무도 한 마디 거들었었죠. 디펜더 비히클 라인 디렉터로서 전한 말을 들어보면, 랜드로버는 디펜더를 위한 새로운 시험 기준을 마련했었는데, 그 기준은 정말 가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브리지 점프 테스트를 포함한 여러 가혹한 시험과 기준으로 증명된 차체의 강성과 내구성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충분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랜드로버와 제임스 본드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62년 007 살인 번호(Dr. No)부터 노 타임 투 다이까지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들어 온 EON 프로덕션과 랜드로버는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83년 레인지 로버 컨버터블이 옥토퍼시에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인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랜드로버는 어제(9월 1일) 뉴 랜드로버 디펜더 V8 본드 에디션을 선보였습니다. 디펜더 110/90을 기반으로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영감을 받은 비스포크 터치가 더해져 완성된 스페셜 모델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영화이자 시리즈 25번째 작품인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디펜더의 역할을 기념하기 위해 랜드로버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Special Vehicle Operations)이 나선 거죠. 300대 한정 판매입니다. 때문에 ‘One of 300’이라는 레이저 에칭(Etching)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500마력이 넘는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가장 최신의 디펜더 V8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본드 에디션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디자인입니다. 먼저 외관을 살펴보죠. 칠흑같이 어두운 블랙 컬러는 배트모빌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바퀴마저도 블랙인데요, 22인치 루나 글로스 블랙 알로이 휠이 장착되고 앞 바퀴에는 제논 블루 컬러의 브레이크 캘리퍼가 자리 잡습니다. 후면에는 골드 컬러로 한껏 멋을 부린 007 배지도 추가됩니다. 블랙과 골드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죠. 랜드로버 굿!

300대 한정 스페셜 에디션답게 퍼들램프도 특별합니다. 밤에 진짜 ‘간지’날 것 같습니다. 실내는 어떨까요? 도어를 열면 ‘디펜더 007’ 일루미네이트 트레드 플레이트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흠집 나지 않게 뭐라도 꼭 부착해야 할 것 같네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특별하게 운전자를 맞이하는데요, Pivi Pr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색다릅니다. 터치스크린 스타트업 애니메이션이 제임스 본드 에디션임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자동차니까 성능도 한번 알아보죠. 앞서 얘기했듯 가솔린 V8 5.0L 슈퍼차저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 속에서 최고 출력 525ps, 최대 토크 625N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합니다. 단위가 익숙하지 않죠? 변환하면 최고 출력은 약 517hp, 최대 토크는 약 63.7kgf.m입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5.2초, 최고 속도는 240km/h입니다.

랜드로버는 더 역동적인 성능을 위해 서스펜션과 변속기를 손봤다고 합니다. 비스포크 스프링과 댐퍼 그리고 전자식 액티브 리어 디퍼렌셜을 더해 보다 민첩한 반응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하는데 덩치고 크고 키도 큰 이 차를 실제 운전해보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네요.

참고로 미국 폭스 뉴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될 디펜더 V8 본드 에디션의 가격은 115,950 달러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한화로 약 1억 3,461만 7,950원 입니다. (저는 1억 3,000만 원이 부족해서 안 사려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거친 디펜더 V8 본드 에디션을 두고 핀바 맥폴 랜드로버 브랜드 디렉터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디펜더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치켜세웠습니다. 또한 그는 38년간 이어진 영국의 위대한 두 브랜드의 관계를 상징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두 브랜드는 랜드로버와 제임스 본드입니다.

오늘부터 영화 개봉일까지 3주 하고도 나흘이 더 남았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평화로운 일상을 지내던 제임스 본드가 다시 한번(도대체 몇 번째야?)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고 합니다. 새로운 악당으로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 나오고 새로운 MI6 요원도 등장한다고 하니 너무 기대가 됩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랜드로버 디펜더의 시승기를 영화 개봉에 앞서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젓지 않고 흔든' 마티니나 한 잔하러 가야겠습니다.

사진 / Land Rover Newsroom, EON Productions, CCA UK

입생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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