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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파 브랜드의 변질자, 지프 레니게이드 1.3 리미티드

지프의 소형 크로스오버, 레니게이드 1.3 가솔린 터보 리미티드 트림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듯 지프는 SUV의 '대명사'와 같은 브랜드다. '짚차'라는 표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금은 시장의 과반을 SUV나 크로스오버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짚차같은 두루뭉실한 표현을 주로 사용하진 않는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SUV가 대중들에게 익숙한 차량은 아니었다. 때문에 기아 록스타, 쌍용 코란도, 혹운 군용차 처럼생긴 수입차량들에 대해 대중들은 '지프'라는 고유명사로 통칭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재는 '정통 SUV' 혹은 프레임 SUV라 칭하는 차량들이다.

대한민국은 자동차 강국이며 다양한 종류의 SUV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생산되는 SUV는 세단과 기술을 공유하며 성격이 혼합되었다는 점에 '크로스오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하는 SUV는 이 크로스오버다. 이번 글의 주제인 '레니게이드' 또한 크로스오버의 일종이다. 승용자동차의 전륜구동 레이아웃 모노코크 플랫폼을 활용해 설계된 것이다. 서론에서 '지프'라는 브랜드가 한 때 대한민국에 판매되는 SUV를 통칭하는 표현이 된다고 설명했다. SUV의 대중화와 함께 쓰임도 감소했다.

21세기까지 살아남은 기업들은 어느정도 트렌드에 대응하는 능력을 지닌것이다. 지프는 아이코닉 모델 '랭글러'를 대략 40년의 시간동안 생산해오며 'SUV'의 대명사가 되었다. 윌리스 MB 시절부터 생각하면 대략 70여년의 역사다. 그리고 대다수의 기업이 포기한 프레임 바디, 2단 트랜스퍼 케이스, 리서큘레이팅 볼 스티어링, 하드탑 루프 등의 정통 SUV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다. 문제는 '랭글러' 하나만으로 기업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완성차 사업은 '규모경제'가 생존성을 나타낸다. 같은 차를 팔고도 남는 이윤이 다르다.

지프에는 레니게이드가 그런 판매 실적을 위한 SUV이다. 형식상의 SUV일뿐 크로스오버라 했다. 레니게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량이 모회사 스테란티스 계열에 있는 피아트 500X다. 500X는 더 생소한 차량이지만, 피아트의 귀여운 외모와 감성을 섞은 소형 크로스오버 였다. 한때 한국시장에도 판매된 적은 있다. 정말 외관만을 바라보면 비슷한 오프로드 성능을 지닌 차량, 내지는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차량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이 호기심이 생겼다. 정통파 SUV브랜드에서 만드는 CUV는 어떤 감각일지 궁금했다.

일단 지프의 감성은 외관 디자인부터 피력한다. 정통 오프로더를 빼닮았다. 구체적으로는 '랭글러'와 유사하다. 지프의 아이코닉 모델이라 했다. 레니게이드는 소형 크로스오버지만, 랭글러의 프런트 마스크를 형상화하여 더욱 '지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7슬롯 그릴, 원형의 헤드램프 말이다. 이 7슬롯 그릴과 헤드램프는 하나의 프레임에 합쳐져 있어 더욱 강렬하고 개성넘치는 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나, 지상고가 낮은 점으로 부터 어색함이 존재하긴 한다. 보통 오프로더는 이탈 각을 고려해 범퍼가 슬로프 형상을 보인다.

그런 지상고의 이질감은 측면 디자인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유니크 하다. 휠아치를 사다리꼴 형상으로구현했고, 차체를 감싸는 두터운 스키드 플레이트가 SUV의 성격을 표현한다. 리미티드 트림의 경우 검은색 휠이 적용되어 더욱 역동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펜더의 볼륨감이다. 휠아치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앞뒤 펜더를 가하게 부풀렸고, 이는 마치 랭글러의 플라스틱 흙받이를 표현하는 듯 하다. C필러는 수직으로 솟아있고, 사선형의 벨트라인과 뚜렷한 숄더라인으로 역동성을 자아낸다.

뒷모습까지 유니크하다고 표현할 만 하다. 'U'자 형태로 감싸지는 뒷유리가 나름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테일램프에는 오일캔에 각인되는 'X'자 형태를 형상화 했다. 그리고 별도의 프레임으로 테일램프를 돌출 시킨점이 랭글러를 닮아있다. 의외는 두꺼운 범퍼와 흙받이, 사각형의 리플렉터와 머플러팁이 레니게이드만의 개성이 될 것이다. 이토록 오프로더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테가 느껴진다. 다만, 지상고 때문인지 차량이 커보이는 느낌은 없다. 실제로 레니게이드는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커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애초에 지프의 '소형 SUV'라는 표현이 굳어져서인지 예상보다 실내 공간이 넓었다. 박스타입 바디는 외관에서 독특한 실루엣을 구현하는 특징이며, 실내 에서는 넓고 쾌적한 분위기를 내어주는 또다른 이점이 있다. 실내 디자인은 다소 올드한 감각이다. 사실 일반 승용차에 적용되었다면 트렌드를 읽지못한 디자인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나마 오프로더의 외관을 지닌 레니게이드라서 감성으로 타협이 가능하다. 대시보드위에 거치된 에어벤트나 손잡이, 부츠형 기어레버나 다이얼 타입 클러스터까지 세련되진 않아도 특별하다.

스피커를 감싸고 있는 프레임에는 지프의 마스크를 형상화한 패턴이 각인된다. 이런 아기자기한 디테일 요소들이 만족도를 강화한다. 8.8인치 U커넥트 디스플레이와 시트 열선 등으로 구성된 옵션은 풍부하지 않아도 거대한 파노라마 선루프가 마련된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자연속에서 시원하고 자유로운 풍경을 차량 안에서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곧게 솟아있는 C필러는 여유로운 2열 공간도 조성해 준다. 전륜구동인지라 공간적인 측면에서 여유롭고, 트렁크 공간까지도 활용성이 좋아 보인다.

승차감은 여느 크로스오버처럼 부드러운 편이었다. 이런 승차감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개인의 몫이라 표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정통 오프로더의 감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주행감이라 느꼈다. 랭글러같은 프레임 타입 SUV를 타보면, 댐퍼가 굉장히 단단하고 생각만큼 롤링이 심하지 않다. 전륜구동 모노코크 타입의 레니게이드는 웬만한 요철은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타입이고, 급선회에는 어느정도 롤링을 허용한다. 그 정도가 심한편은 아니다. 따져보자면 대중적인 승차감일 뿐이다. 차종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면 누구든 만족할 것이다.

연식변경 이후 1.3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생각보다 가속감은 자연스러웠다. 아무래도 박스타입 차체를 지니고 있다보니 반응성이 둔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에 반하면 일반적인 크로스오버처럼 가벼운 무게를 갖고 경쾌한 주행감을 보여준다. 승차감이 부드러운 편이라고 했지만, 생각보다는 접지력이 끈끈하기도 하다. 핸들링은 적당히 묵직하며, 때문에 오히려 오프로드보다 도심 퍼포먼스 측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차량이다. 가정법을 사용한 이유는 험로에서 한계를 느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승차량은 전륜구동이나 옵션으로 AWD를 선택할 수 있었다. CUV 세그먼트에서 상시 4륜구동을 지원한다는 점 부터가 특별하다. 4륜 구동의 유무가 전해주는 심리적 안도감은 다르다. 온로드에서는 큰 의미가 없겠다만 가벼운 산길이나 모래사장만 가도 불안함이 찾아올 것이다. 그나마 전륜구동이라 어느정도 접지력은 확보된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소비자라면 4륜구동의 기동성은 분명 메리트가 있다. 디자인만으로 오프로더를 지향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느정도 목적성에 맞는 옵션을 제공한다는게 지프가 보여주는 성의라 느껴진다.

실제로도 오프로드 주파를 목적으로 레니게이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드물 것이다. 그래도 일반적인 SUV보다는 유리한 성능과 패키징이고, 그런 분위기가 주는 매력이 곧 가치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점은 박스타입 바디의 감성이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독특한 볼륨을 지닌 보닛과 앞으로 나가가 있는 A필러가 독특한 시야를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사각지대가 생기지도 않다. A필러가 얇다. 개방감이 느껴지는 글래스와 선루프, 그리고 비교적 높은 각도를 지닌 앞유리 창은 정말 타보고서야 하는 독특한 감성이다.

정통파 브랜드의 변질자, 그래도 지프의 SUV라는 점이 확실했다. 승차감과 주행감은 일반적인 소형 SUV와 비슷하다. 대신 디자인이나 패키지 측면에서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역력했다. 이런 독특한 스타일링을 일종의 '패션'으로 여긴다면 레니게이드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크게 아쉽지 않은 편의성과 뛰어난 실용성, 그리고 누구에게나 부담이 없는 승차감을 지닌다. 오히려 이런 레트로 스타일의 자동차를 찾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정확히 오프로더를 찾는다기 보다 평범한 SUV가 싫은 대중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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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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