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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자동차 코리아 플래그십 쇼룸 런칭 행사 스케치

지난 11월 16일, 로터스 자동차 코리아의 정식 브랜드 출범 및 플래그십 쇼룸 런칭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모터스포츠 브랜드 'LOTUS'다. 1948년 설립되었던 영국 '로터스 엔지니어링'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토대로 F1에 출전했던 기업이다. 경량화에 대한 집착이 있는 브랜드였으며 실제 모터스포츠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자본잠식으로 인해 모터스포츠의 역사는 마감되었지만, 로터스가 지녔던 공학 기술의 자긍심은 가치 있는 유산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에도 로터스의 흔적은 있었다. 이전까지 엘케이오토라는 딜러사에서 로터스를 수입 판매한 적이 있고, 그에 앞서서는 기아자동차에서 로터스 차량의 라이센스를 취득한 적이 있었다. 2인승 경량 로드스터 '엘란'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는 비참했다. 특히 로터스가 엘란의 판권을 판매한 것은 본사가 겪고 있는 자금난에 비롯했는데, 기아자동차는 엘란의 판매부진과 더불어 한국 금융위기까지 시기가 겹쳐지면서 똑같이 극한의 자본잠식에 치닫게된 것이다. 그 결과 엘란은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경량 로드스터로 남은 바 있다.

하지만 과거의 로터스가 아니다. 이번 로터스 코리아 자동차의 판매권은 코오롱 모빌리티 그룹에서 독점 취득하게 되었다. 한국의 대형 수입사인 코오롱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로터스의 한국 진출을 계획했을 리 없을 것이다. 로터스는 볼보 그룹을 소유하고 있는 지리홀딩스의 계열사로 편입되었다. 가장 큰 문제였던 재정 문제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였고, '친환경'이라는 트렌드에서 이탈된 로터스에 관련 기술을 공급받을 수 있는 조력자가 생긴 셈이다. 그렇게 커버리지를 늘리며 럭셔리 브랜드 '로터스'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다.

아울러 코오롱 모빌리티의 네트워크를 통한 로터스 코리아의 진출은 럭셔리 브랜드로써 더욱 인상 깊은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전 엘케이 오토의 경우 딜러사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브랜드 경험'을 알리기가 어려웠고, 소수의 팬덤과 매니아층만 찾는 브랜드였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차량 구성도 마찬가지였고, 대중성이 없다는 건 곧 로터스가 자본잠식을 당하게 된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로터스는 지리 그룹의 EPA 플랫폼을 기본으로 한 하이테크 기술의 완성체로, 럭셔리 크로스오버부터 세단 이후 스포츠카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예정이다.

로터스 플래그십 전시장에서 기획된 런칭 행사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실제 쇼룸 분위기 자체가 진중하고 격식 있는 느낌이었다. 정성이 담겨있는 케이터링과 음료들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로터스 엠블럼이 적혀있는 마카롱으로 디저트도 해결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라이브 연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장이 3층 규모다 보니 평수가 넓지는 않은데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기에 좋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조명이 꺼지고 대형 스크린이 켜지면서 로터스 코리아 자동차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된다.

PT에서는 로터스 부사장이자 CCO 마이크 존스톤, 그리고 아태 지역 총괄 디렉터 댄 발머께서 자리해 주었다. 간단히 브랜드와 차량에 대한 소개가 이뤄진다. 현재 한국 시장에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차량은 내연기관 경량 쿠페 '에미라'와 전기 고성능 크로스오버 '엘레트라' 두 종류가 있다. 로터스 엔지니어링이 오랜 시간 연구해온 경량화 및 공력 기술을 중핵으로 럭셔리 브랜드로의 탈바꿈이 준비되고 있었다. 아울러 로터스는 헤일로 카 '에바이야'를 공개함과 동시에 전기 동력계와 반자율 주행과 관련된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당연하지만 PPT 내용은 우리가 아는 '로터스'의 연혁과 기조가 짧고 강렬하게 요약되어 있었다. 길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뛰어난 몰입력의 영상으로 로터스의 가치와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PT의 말미에서는 옆에 준비되어 있던 엘레트라의 언베일링 퍼포먼스까지도 진행되었다. 어두운 전시장에서 존재감을 자아내는 강렬한 디자인과 위압감 있는 덩치가 참 인상 깊다. 한국 시장은 비교적 충전 인프라가 발달된 국가라고 하며, 수입차 선호도가 높은 국가였기 때문에 전기 SUV의 엘레트라의 역량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코오롱 모빌리티 그룹이 목표로 제시한 로터스의 연간 판매량은 600대이며 이미 450대 이상의 사전예약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1층 전시장은 럭셔리 브랜드다운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특색이었고, 2층은 보다 진중하게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상담 공간이 될 것 같다. 인디 오더 비중이 높은 로터스답게 차량을 직관적으로 컨피규레이션 할 수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아늑한 소파,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전시장으로 넘어가는 복도에는 로터스 굳즈 상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대형 창밖 너머로 보이는 도산 대로의 밤도 참 아름답다.

행사에서는 2층에서도 케이터링이 마련되어 있었다.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케이터링을 즐기니 호텔 라운지에 와있는 느낌이다. 여유로운 공간이며 전시 차량은 로터스 '에미라' 한대가 전시되어 있다. 알루미늄 경량 프레임에 토요타의 V6 슈퍼차저 엔진과 6단 수동 변속기가 맞물린 모델이다. 특징이라면 차량 옵션을 선택할 때 '투어링'과 '스포츠' 두 가지 셋업을 선택할 수가 있다고 한다. 투어링 사양은 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으로 데일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단단한 편의 승차감이 될 것이다.

D 컷 스티어링 휠과 세미 버킷 시트, 로터스 특유의 낮은 시트 포지션으로 퓨어 스포츠카의 감성을 자극한다. 미드십 구조라 엔진룸에도 트렁크 공간이 있다. 한편, LCD 클러스터와 전동 메모리 시트, 프리미엄 오디오 등 현대화 장비가 포함된 걸 보면 어느 정도 대중적인 수요를 염두에 둔 모습이긴 하다. 보수성을 고집하던 지난 로터스의 선택을 지양한 것이다. 아무렴 405마력의 출력과 43.5Kg.M의 최대토크는 로터스가 지향할 수 있는 짜릿한 운전의 재미를 선사해 줄수 있겠다. 공기역학과 '멋'을 고려한 디자인까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 것이다.

계속 언급했지만 로터스 엘레트라는 하이테크 크로스오버와 같다. 화려한 LED 그래픽은 물론, 디자인부터가 과감한 공력성능을 표현하고 있다. 볼보 자동차에서 선행된 EPA 플랫폼을 기반으로 122Kwh의 압도적인 배터리 용량, 최대토크 72.3Kg.m과 621마력의 모터가 '기본' 사양이다. 상위 트림인 엘레트라 'R' 모델의 경우 최대출력 918마력, 100.4Kg.m급 모터가 적용되어 제로백이 3초를 넘어서지 않는다. 차체 중량은 2.5톤에 다소 못 미치는 수치다. 배터리 용량과 크기를 따져보면 로터스의 경량화에 대한 철학은 남아있는 듯하다.

실내 디자인도 하이테크를 표현한다. 역동적인 엠비언트 라이팅과 대화면 OLED 디스플레이, 디지털 사이드미러까지 기존 로터스의 순수미하고는 거리가 멀긴 하다. 레벨4 자율주행까지 염두에 두는 라이다 센서가 포함되며, 디지털 인터페이스까지도 수준급으로 허점이 없다. 한편으로는 D 컷 스티어링 휠이나 버킷 시트, 알칸타라 마감이나 레드 스티칭은 로터스가 추구하는 고성능의 감성이 잘 녹아들어 있다. 전기 SUV답게 2열 공간도 넓고 쾌적했다. 4인승 전동 리클라이닝 시트와 각종 편의 장비도 선택한다면 가정을 위한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2가지 차종, 아직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는 않다. 75년의 역사를 품은 브랜드지만 전동화로의 전환은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특히 크로스오버를 생산했다는 내용은 전례가 없다. 성공한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확고한 스토리나 이념이 있다고는 하지만, 생존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사례는 이제 다반이다. 결국 로터스는 생존을 위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로터스 에미라는 석유 기반 사회의 종말을 장식할 퓨어 스포츠카로 남을 것이며, 엘레트라의 완성도는 로터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으로 로터스 자동차 코리아의 대한민국 정식 출범 행사에 대한 참석 후기를 마친다. 필자도 로터스라는 브랜드가 익숙지만 은 않았다. 미디어에서 활동하며 이름만큼은 자주 들어보았던 브랜드지만, 직접 경험하거나 평가해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런칭행사는 로터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새로운 자극이었다. 새로 공개된 4도어 세단 로터스 '에메야'와 2026년 공개 예정인 전기 스포츠 쿠페에도 기대심을 품고 있다. 그에 상응하는 인기와 판매량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굳건한 인지도를 쌓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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