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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2 스토리 2화] 이거 패션카로도 쓸 만합니다

경영지원팀이 벨로스터 N을 사준 이래로 우리 <엔카매거진>이 정체성을 잃었습니다. 맨날 벨로스터 N에 관한 콘텐츠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팀원들에게 “콘텐츠 안 만들 거면 벨로스터 N을 타지 말자”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18시만 되면 서로 ‘눈치게임’을 합니다. 퇴근길에 타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겠죠?

이 정도면 매체 이름을 벨로스턴(VELOSTER-N) 매거진으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경영지원팀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M2의 롱텀 시승기로써 이 비극을 ‘물타기’하려 합니다. 즉 롱텀 시승기 2화를 예정보다 빨리 적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세차 벙개하면 나오실 분 있으신가요?

원래는 예고한 대로 시승평을 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습니다. ‘길들이기’ 중이라서지요. “요즘 차들은 길들이기 안 해도 된다”고요? BMW M은 출고로부터 주행거리 2,000km까지 길들이기를 권장합니다. 사용자 설명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때는 엔진 회전을 과하게 쓰거나 속도 많이 올리는 걸 ‘비추’합니다. 론치 콘트롤은 아예 불가능해 제원 상 4.3초의 0-100km/h 가속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M2 사면 주는 쿠폰북

말 나온 김에 M 모델의 길들이기에 대해 추가 설명해 보겠습니다. M 모델들은 2,000km를 뛰면 서비스센터에 차를 입고해야 합니다. ‘길들이기 점검’이라는 이름으로 차에 메시지가 떠서 결코 까먹을 수 없습니다. 설령 까먹어도 시동 걸 때마다 ‘딩~ 딩~’하는 BMW 특유의 경고음을 듣게 되니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아픈 귀와 함께 센터에 가면 엔진오일과 디퍼렌셜 오일을 갈아 줍니다(쿠폰으로 공짜). 그 날이 오면 “신차는 길들이기가 필요 없다”고 했던 사람들을 트럭에 실어 갈 것입니다.

공짜로 달려 나온 카본 디퓨저

결국 저는 지루한 길들이기 기간 동안 차의 안팎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튜닝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고 치장 정도라고 말하면 될 것 같군요. 차를 꾸밀 때는 먼저 어디를 바꿀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거기를 어떻게 바꾸냐는 것보다 더 중요하죠. 이때는 M2의 비주얼 상 아쉬운 포인트를 찾으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배트맨 귀 같다"고 한 사람 나와

M2 LCI 모델은 출고 때부터 이미 블랙 키드니 그릴과 카본 리어 스포일러, 카본 디퓨저를 기본으로 달고 나옵니다. 오너들이 가장 많이 튜닝하는 부분을 미리 가꾸어서 판다는 뜻. 이것들을 다 합치면 싯가(?)로 300만 원 정도 합니다. 오너 입장에서 일단 300만 원 아끼고 시작한 겁니다. 결국 딱히 손 댈 데 없는 외관에서는 사이드 미러를 카본으로 바꿔주는 걸로 정리합니다. 기존 카본 파츠들과 잘 어울려 마음에 드네요.

편집하는 데에 10분 걸린 사진

실내에서는 까맣고 건조한 스타트 버튼을 CS 모델들에 들어가는 레드 버튼으로 바꿔 주었습니다. 시동 버튼 누를 때마다 미사일 쏘는 기분입니다. 정품은 12만 원. 애프터마켓에서는 비슷한 걸 1만 원 언더로 살 수 있습니다. 저는 늘 현명한 소비를 하므로 11만 원 아끼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건 15분 걸림

까만 페달도 M 퍼포먼스 페달로 달아 주었습니다. 출고 사양은 풋레스트만 금속 재질입니다. 왼발만 발이고 오른발은 족이라는 건가. 나의 소중한 오른발을 위해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도 풋레스트와 맞추기로 합니다. 이것도 정품은 아주 비쌉니다. 반면 애프터마켓 제품을 해외 직구하면 5만 원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에도 절약했습니다. 어차피 족으로 밟는 거니까.

별로라는 생각이 들면 370마력을 떠올립니다

이 두 가지로도 실내 분위기가 퍽 좋아졌습니다. 사실 M 모델들은 “값에 비해 실내가 싸구려 같다”는 말이 많은데요. 1억 원 넘는 M3나 M4라면 분명 맞는 얘기지만 7,500만 원짜리 M2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오히려 타면 탈수록 ‘나름 고급스럽다’는 생각입니다. 대시보드의 리얼 카본도 끝내주고 도어 트림의 알칸타라 질감도 좋습니다. 시트의 블루 컬러 실밥은 외장의 롱비치블루 페인트와 ‘깔맞춤’되어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옷도 파랑만 입습니다.

Uncool(좌) COOOOOL(우)

이렇게 차에 치장을 했는데도 아직 길들이기 기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무언가를 더 해줄 만한 여지가 있다는 거죠. 멍한 눈으로 외관을 빙 둘러보았더니 휑한 펜더 갭이 눈에 띕니다. M3처럼 뒤보다 앞이 더 붕 떠 있습니다. 마치 트렁크에 쌀을 실은 차처럼 보입니다.

이럴 때는 로워링을 하면 됩니다. 대개 순정 댐퍼에 튜닝 스프링을 달면 차의 움직임이 엉망으로 변합니다. 요철에서는 너울 타듯 움직이고 코너링 중 범프를 만나면 한 방에 날라가 버리기도 하죠. 다행히도 M2의 순정 댐퍼는 양산차 중 가장 딱딱한 편에 듭니다. 튜닝 댐퍼보다 딱딱할 정도니 말 다 했지요. 결국 M 댐퍼를 그대로 쓰되 H&R의 로워링 스프링을 꽂기로 합니다. 마침 H&R의 M2 전용 스프링은 순정 M 댐퍼와의 조합을 고려해 설계했다죠.

뒤 펜더 찌그러진 거 아님

이렇게 저의 M2는 길들이기 기간 동안 패션카로 거듭났습니다. 으레 M2 차주들은 인터쿨러나 배기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돈을 들이는데 저는 엉뚱한 길을 택한 것입니다. 뭐, 아무렴 어때요. 예쁘면 됐지. 사실 길들이기 중이라 파워트레인에 영향을 줄 만한 튜닝을 피한 것일 뿐입니다. 다음 튜닝 리스트 1번은 아크라포비치제 다운파이프예요. 서비스센터에 따르면 이건 BMW의 엔진 보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배기온은 내려가고 출력은 올라갑니다.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싼 것만 빼고요.

환자가 잡아준 휠 얼라인먼트

서스펜션 튜닝을 하고 1주일쯤 지난 뒤 휠 얼라인먼트도 다시 잡았습니다. 작업자가 깐깐한 제 성격을 알아챘는지 캠버와 토우 값을 변태처럼 칼 같이 맞춰 놓았습니다. 어차피 리프트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틀어지기 시작할 테지만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믿음직한 샵을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곤잘로는 조수석으로 내리면 됩니다

오늘은 M2의 출고로부터 딱 한 달 되는 날. 곧 2,000km를 채우고 길들이기 점검을 갔다 오면 ‘봉인’이 풀립니다. 그 날부터는 제 앞에서 깔짝거리던 곤잘로의 토요타 86을 룸미러 속 점으로 만들 것입니다. 3편에서는 (정말로) M2의 시승평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 M2의 팝콘 배기 모드 버튼과 하체 쪽에서 찾은 최악의 단점이 등장할 것입니다. 늦었지만 영상으로 만든 출고기도 SK엔카TV에 올라옵니다. 벨로스턴 매거진, 아니 엔카매거진을 꼭 팔로우 해주세요. 아재 형아들 모두 BAAAM!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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