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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칼럼] 택시 파업, 당신께는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지각이다.”

코감기 약을 먹고 잤더니 평소보다 10분 늦게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회사에도 지각할 걸 직감했지요. 그런데 평소보다 오히려 10분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10분 늦잠 잤는데 10분 빨리 도착했으니 이동 시간으로는 20분이나 줄인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도로 풍경은 묘할 정도로 여유로웠고 정체도 거의 없었습니다. 출근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오늘이 바로 택시 집회로 인해 기사님들께서 파업하는 날이었다고 하네요. 자가용 출퇴근하는 제 입장에서는 그 집회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철저히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평소 택시를 주로 이용하는 다른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논현역에서 아이와 함께 택시를 기다리는 듯한 여성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불편, 정확히 마음의 불편을 겪는 이들은 택시기사님들일 것입니다. 오늘 하루 벌 수 있는 소득을 양보하고 집회에 참여할 테니. 또 관련 업계 종사자들도 불편할 겁니다. 예컨대 기사님들이 주로 찾는 식당은 아침 점심 장사를 공쳤을 거고, LPG 충전소도 매출이 뚝 떨어졌을 거잖습니까. 결국 저를 포함한 많은 자가용 운전자들은 반기는 분위기일지언정 일부 산업이나 사람들에게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을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택시기사님들께서는 이런 불편을 자처하면서도 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일까요? 모두 알다시피 ‘카카오카풀’ 때문입니다. 택시 업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카풀이 택시의 대체재가 될 것이므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게 된다’는 논리인 것 같습니다. 일부는 맞는 말입니다. 저만 해도 며칠 전 택시 탈 일 있을 때 ‘타다’나 ‘카카오카풀’ 같은 걸 떠올린 적이 있거든요.

사실 타다나 카풀은 승객으로부터 유상의 대가를 받으므로 ‘승객을 목적지에 데려다 주고 그에 상응하는 유상의 대가를 받는다’는 택시의 수익 구조와 무척 비슷합니다. 네, 필자도 택시 업계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카풀이나 타다 같은 것들은 분명 기존 택시 업계에 두려운 존재입니다. 아니, 위협적이지요.

그런데 그 ‘대응’에 대해서는 공감이 어렵습니다. “카풀이 택시를 대체할 수 있으니 카풀을 하지 못하게 하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실 소비자들이 카풀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그저 택시를 대체할 수 있어서가 아닙니다. 택시보다 차량이 더 깔끔하고, 담배 냄새를 비롯한 악취도 안 날 거고, 운전이 택시보다 부드러울 것 같고, 이른바 바가지 같은 게 없을 거라는 희망찬 기대가 있어서일 것입니다. 이를 역설하면 그동안 우리나라 택시들이 무엇을 잘못했고 소비자들에게 어떤 실망을 안겨주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위생 문제나 바가지요금 문제뿐만 아니라 ‘승차거부’ 이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택시 업계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야 합니다. 그들이 카풀을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는 방법이 여기 있거든요. 간단합니다. 차를 더 깔끔히 관리하고, 운전을 부드럽게 하고, 승객을 더 친절히 대하고, 승차거부 안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카풀보다 택시의 서비스가 더 질 좋으면 그만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카풀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승객들은 여전히 택시를 이용할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카풀도 분명 단점이 있습니다. 승객 안전 문제도 주로 거론되고 사고 시 보험 관련 이슈도 깨끗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카풀을 기대하는 것은 택시보다 더 좋아 보이니까 그런 거예요. 그렇다면 반대로 사람들이 택시를 더 좋아하게 하려면? 재차 강조하건대 택시의 질과 서비스가 좋아지면 됩니다. 그러면 카풀 서비스가 100만 개 생겨난다 한들 택시에게 위협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기사님들은 더 이상 오늘과 같은 ‘불편한 파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생길 때마다 매번 파업을 해야겠지요.

카풀이 택시의 생계를 위협하니 정부가 그걸 막으라는 주장. 그보다는 택시가 서비스를 더욱 개선해 카풀 따위 위협으로 느끼지 않게 만들자는 단합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훨씬 더 많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주장은 마치 반에서 1등하는 학생이 “나는 계속 1등해야 하니까 학교는 앞으로 자기보다 똑똑한 전학생을 받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처럼 사람들이 불편한 일이 없게끔, 많은 시민들과 함께 그들의 자성을 기대해 봅니다.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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