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경유. 둘은 성질이 다르다. 예를 들어 휘발유는 인화점이 낮다. 불이 쉽게 붙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경유는 불이 잘 안 붙는다. 대신 압축하면 스스로 폭발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를 두고 착화점이 높다고 말한다. 연료 특성이 다른 까닭에 가솔린과 디젤은 엔진은 작동 방식도 다르다. 가솔린 엔진은 압축된 공기와 연료(혼합기)에 점화플러그로써 불꽃을 내면서 폭발한다. 디젤 엔진은 압축된 공기에 연료를 뿌려주면 알아서 폭발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착화점이 높아서다. 그래서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있는 점화플러그가 안 보인다.

이처럼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은 연소 방식과 특성이 다르다. 그런데 마쓰다가 얼마 전 '디젤 엔진처럼 구동하는 가솔린 엔진'을 내놨다. 이름은 스카이액티브-X. 실린더 안으로 들어간 공기가 피스톤에 의해 압축되는 용적의 비율, 즉 압축비를 디젤 엔진만큼 높인 이른바 압축 폭발 가솔린 엔진이다. 마쓰다는 이로써 연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성능 향상과 매연 저감 효과까지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압축 폭발 가솔린 엔진의 개념을 소개한 건 마쓰다가 처음이 아니다. 과거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자동차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휘발유는 특성 상 압축비를 높이면 피스톤이 최대 높이에 도달하기 전에 폭발해버리는 일이 잦아진다. 이상 점화, 즉 노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압축 폭발 가솔린 엔진은 그동안 상용화 되지 못했다. 결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고효율 디젤 엔진이나 전기자동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마쓰다는 가능성을 봤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마쓰다는 노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화플러그를 쓰기로 했다. 압축 착화를 위해 피스톤이 최고 높이에 도달하기 전, 스파크로써 미세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 이로써 피스톤 상사점에 도달했을 때 압력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후에는 디젤 엔진의 원리처럼 피스톤의 압축만으로 폭발력을 낸다. 이를 두고 Spark Controlled Compression Ignition(SPCCI)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혼합기 압축→스파크→폭발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보다 한층 고도화 된 기술이다.

이 기술의 핵심 장점은 휘발유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쓰다는 스카이액티브-X를 통해 열효율을 56%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의 열효율이 30%대인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높은 수치다. 아울러 유전에서 기름을 뽑아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데까지의 효율을 따지면 전기차보다 나을 정도라고 주장한다. 마쓰다가 전기차 개발에 미지근했던 건 압축 폭발 가솔린 엔진 개발에 몰두했던 것도 이유인 듯하다.

스카이액티브-X는 신형 마쓰다 3에 탑재될 예정이다. 24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함께 달아 연비와 성능을 두루 챙길 계획. 자동차 메이커 최초로 압축 폭발 가솔린 엔진을 양산화한 마쓰다는 신형 마쓰다 3를 통해 ‘인간 중심의 차세대 자동차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