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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60 시승] 큰 거 7장이면 400마력을 드립니다

이걸 한국 사람들은 '큐육공에스'라고 읽는다

요즘 일본 고성능차들이 영 기운 없는 눈치다. 예컨대 닛산 370Z는 제품수명주기를 한참 넘겼다. 토요타 86은 현대 아반떼 스포츠보다 느리다며 평가절하됐다. 수프라는 국내에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른다. 혼다는 모터사이클을 참 잘 만든다. 자동차 메이커든 사람이든 잘 하는 일을 쭉 하는 게 좋다. 예전처럼 마력 제한(280PS)도 없는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사무라이의 투구를 닮았다. 김현규 PD는 "나를 닮았다"고 했지만

이번 시승은 여기서 출발했다. 일본 고성능차의 현실을 짚고 싶었다. 닛산 GT-R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더 신형 자동차가 필요했다. 렉서스 RC F도 비교적 낡았다. 이윽고 인피니티 Q60이 생각 났다. 일단 나온 지 얼마 안 됐다. 엔진도 새 거다. 새로운 3.0L 트윈 터보 엔진은 405마력을 낸다. 예전 BMW E39 M5보다 5마력 높다. 보디 형태는 전통적인 2도어 쿠페. 동력은 바퀴 네 개 중에서 절반만 보낸다. 구동은 뒷바퀴로 하고 앞바퀴는 조향만 시키는 거다. 이 정도면 ‘일제 고성능차’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킬 만하다.

Q60은 뒷모습이 멋지다. Q50 냄새가 가장 안 나는 부분이라서다

인피니티는 Q50을 바탕으로 Q60을 만들었다. 자, Q50은 세단이고 나온 지 5년이나 됐다. 이 사실은 Q60에게 약점이 될 만하다. 하지만 적어도 익스테리어에서는 약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가령 지붕을 납작 눌러 ‘외제차 포스’가 물씬하다. 후미를 따라가면 제대로 된 스포츠카처럼 스포티하다. 시선 집중도도 높다. 다만 절대적으로 멋지기보다는 워낙 흔치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요즘 대우차 좋아졌네

반면 인테리어는 낡은 티가 난다. Q50에서 떼어온 듯하기 때문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는 Q50과 하위호환 가능할 것이다. 사실 Q50이 처음 나왔을 때는 현대 YF 쏘나타 인테리어를 닮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미 예전부터 좋은 소리 못 들었다는 거다. 황두현 편집 주간은 “실내 모니터의 UI가 예전 G35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요타 86을 끄는 이정현 기자는 “나는 안쪽이 고급스럽고 좋은데?”라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 사회 생활 10년차인 나는 침묵을 택했다. 친애하는 황두현 주간은 내 월급을 결정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시트는 벤틀리 부럽지 않다. 시트'는'

(아무리 그래도) Q50보다는 좋았다. 분명 Q60 인테리어가 훨씬 고급스럽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 가죽을 실컷 덮었다는 점에서 원가 압박이 덜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굴(오이스터)색 시트 질감 역시 Q50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치스럽다. 시트만 놓고 보면 차 값에 비해 오버 스펙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시트에 통풍 기능이 없는 건 에러다. 황두현 주간이 “요즘 고성능차는 통풍 시트 빼는 게 대세냐”고 비꼬았다. 나는 이번에도 침묵을 택했다.

머플러가 흉포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샌님이다

우리 편집부는 강원도 화천군의 굽잇길을 목적지로 정했다. 이따금 Q60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신 오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있으므로 괜찮을 거라는 계산을 깔았다. 슬프게도 화천까지 가는 길에는 교통량이 많아 200마력을 쓰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차가 주는 ‘감성적인 매력’을 감지하려 애 썼다. 하지만 Q60의 실내는 ‘무음 모드’에 가까웠다. 방음 수준이 높아 그르렁거리는 배기음과 매끈한 6기통 특유의 엔진음을 거의 전하지 않았다. 400마력짜리 2도어 쿠페를 사는 사람들은 감성적인 매력을 따지기 마련이다. 이 포인트에서 Q60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이윽고 화천의 와인딩 로드에 도착했다. 이곳은 숏턴이 200개쯤 되는 난코스다. 하지만 고성능차 내지 스포츠카라면 이런 길을 쉽게 주파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이 길을 지날 때 운전자로 하여금 즐거워서 ‘현웃’ 터지게 만들 수 있어야 할 거다. 그렇다면 Q60은 우리의 기대를 채웠을까?

20인치 휠의 테는 폭 255mm짜리 포텐자 S001로 감았다

슬프게도 그렇지 못했다. Q60의 보디는 우리가 고른 얇고 뾰족한 와인딩 로드에 비해 너무 컸다. 나는 Q60을 모는 동안 삼청동 골목길에서 코끼리를 타고 다니는 기분에 휩싸였다. 댐퍼는 가끔씩 ‘강력본드’를 발라 놓은 것처럼 뻣뻣하게 굴었다. 그러다 보니 노면을 놓치기 일쑤였다. 이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의 뒤쪽이 요동쳤다. 엔진 파워가 콸콸 넘치려고 하는데 운전자가 그걸 틀어 막으며 달리는 듯했다. 전반적으로 차의 섀시를 엔진이 이겨버렸다. 이런 까닭에 굽잇길 운전이 즐겁기보다 공포스러웠다. 물론 토요타 86 같은 다른 일본 스포츠카를 타고 왔다면 얘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Q60을 살 거면 선팅 예약을 당장 취소하라

그렇다면 인피니티 Q60은 실망스런 자동차일까? 일본 고성능차들은 화석연료와 함께 사라질 운명인가? 와인딩 스페셜리스트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Q60의 포지셔닝은 그쪽에 있지 않다. 이 차의 키워드는 스포츠보다는 럭셔리 내지 그랜드투어러에 가깝다. 일본차지만 일본보다 미국에 더 어울릴 법하다(실제로 일본에는 안 판다).

감성샷

Q60은 ‘고성능차’보다 작은 범주인 ‘고출력차’를 원할 때 그 만족도가 높다. 밤 시간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 여기서 Q60은 와인딩에서의 모습을 설욕했다. 속도 리미터가 자기 할 일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그야말로 미친 듯이 힘을 분출했다. 속도계 바늘이 둔각이 되었음에도 오른발에 따라 엔진이 즉각 반응했다. 정지가속보다 중속 이후의 ‘후빨’이 인상적이다. 일본 자동차 만화는 <이니셜 D>만 있는 게 아니라 <완간 미드나잇>도 있다. Q60은 하코네에서 별로일지언정 수도고속도로 완간 선에 어울릴 만하다.

400마력인데 앞 자리가 '6'이라니, 이건 축복이다

이 차의 값은 개소세 3.5% 기준 6,870만 원. 캐릭터가 비슷한 제네시스 G70 3.3T에 웬만한 장비들을 추가하면 5,000만원 중반이다. Q60의 ‘외제차’ 프리미엄과 G70보다 35마력 강한 출력을 떠올린다면 살 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7,510만원짜리 BMW M2와 비교해도 Q60의 힘이 더 세고 멋스럽게 생겼다. 400마력 오버의 파워가 필요하고, 멋진 스타일에, 남이 잘 안 타는 차를 원하나? 거기 보태어 일본차를 좋아하는가? 그렇다면 Q60을 당신의 구매 리스트에 올려도 좋다. 어차피 지금 일본 자동차 메이커에는 Q60의 마땅한 대체재도 없으니까.

정상현

정상현 기자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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